▶정박 중인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연평도 꽃게 마저 전설 되려나. 연평도의 꽃게잡이가 숱한 악재로 수난을 겪고 있다. 북한의 포격 여파로 출항 횟수가 줄어들고 수온마저 낮아져 개체수도 줄어든데다, 중국 어선의 심야싹쓸이 조업으로 어장을 뺐기면서 전체 선주의 3분의2 가량이 배를 팔겠다고 내놓은 상황이다. 조기잡이로 호황을 누리다 조기의 실종과 함께 연평도 엑소더스가 있었던 40년전 연평도의 아픔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1960년대 서해 어민들 사이에 ‘연평도에 돈 실러가세’라는 노래가 널리 구전됐다. 봄철에서 초여름까지 연평도 앞바다는 ‘물 반 조기 반’이었고, 조기 파시로 전국에서 수백~수천척 배가 성시를 이루었다. 작은 섬인데도 술집이 150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대초 난류 한류의 변화가 생기면서 조기들은 연평도를 산란장소로만 활용한 채 중국쪽 황해 중심지나 제주도 근해로 서식지를 옮겼고, 조기잡이 어민과 선술집도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섬을 떠났다고 한다.

연평도 조기가 전설이 될 무렵 꽃게가 새로운 호황의 서막을 열었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역에 서식하는 꽃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됐고, 연평도의 꽃게잡이 어선은 3년전까지만 해도 50척을 넘었다. 한 배당 많게는 한해 9~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연평해전을 계기로 30여척으로 줄었고, 북한의 폭탄공격을 받은 이후 이제 웬만한 선주는 누구든 배를 팔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선주들은 정부와 인천시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안보상의 이유 등을 들어 ‘특별 감척’으로 통상의 감정가나 거래가 보다 높게 보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꽃게 잡이를 포기하려는 직접적인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한 안보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꽃게도 줄고 이나마 중국배의 침탈에 빼앗기고 있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선주 김모씨는 올들어 2700만원의 적자를 봤다. 5000만원 이상 손실을 입은 선주들도 수두룩하다고 김씨는 전한다. 일주일만 지나면 올봄 꽃게 조업 기간도 종료된다.

손실을 초래한 악재는 많다. 지난 겨울 맹추위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북한쪽 얼음강물이 남하하면서 예년보다 수온이 1~2도 가량 낮아져 꽃게가 크게 줄었다. 작년11월 연평도 피격으로 어망을 손보지 못한데다 선원들 마저 불안하다며 연평도를 떠나 어망 고치고 선원모집하느라 4월1일부터 나가야 할 조업을 그달 하순에야 시작했다. 선원이 부족하다보니 두 배가 협력해 한배만 출어하되 선원을 모두 투입하는 방식의 눈물겨운 ‘품앗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어선의 심야 불법 꽃게조업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우리 어선이 잡는 양이 크게 줄었다. 김씨는 “중국어선을 잡아가도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까봐 당국에서 풀어주니 중국어선들은 해경을 보고 도망가지도 않는다”면서 “아예 영해선상에서 못들어오게 차단해야 하는데, 당국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어민들 자체조사결과 연평도 인근에 출몰하는 중국어선은 줄잡아 150척 가량으로 우리 어민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에 따르면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30척중 3분의2가량이 가격만 맞으면 배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은 안보상의 위험 등을 들어 정부고시가격(전국평균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정부가 매입해 감척 구조조정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인천시는 이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는 다른 지역 어민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2차연평해전 이후 진행됐던 구조조정 당시 거론됐던 2억5000만원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민들은 어민들의 자체 감정 및 거래가격인 4억5000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당국자는 “영업이 저조하면,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어민들은 저마력 엔진으로 교체해 유가부담을 줄이고, 그물 재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선원수를 감축하라는 당국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채 어렵다고만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어민들이 배를 내놓았지만 꽃게 수확량이 올해만 저온현상으로 주춤했을뿐 비교적 호황이었기 때문에 다시 조업할 용기를 낼 것으로 본다”면서 “토종 꽃게잡이 어선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br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도에서 30일 한 주민이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m.com 2010.11.30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상당수 선주들은 꽃게잡이를 ‘무조건’ 접는 것으로 마을 굳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주는 “중국어선들이 우리바다에서 불법으로 잡아간 꽃게가 시장에서 수입품으로 팔리기도 하는데, 어민들로서는 복창터지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6.25전쟁 61주년을 하루앞둔 24일, 북한의 침공을 받은 지 7개월된 연평도에는 가량비만 하염없이 내렸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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