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벤 알리 대통령, 사우디 도피…위키리크스 부패 폭로·SNS 여론확산 불쏘시개 큰 역할 평가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조용한 나라 튀니지의 국민들이 불꽃 같은 민중봉기를 통해 23년 독재 정권을 축출했다.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74) 튀니지 대통령은 피플 파워에 밀려 14일 밤(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로 야반도주했다. 5000여명의 시위대가 수도 튀니스에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지 수시간 만이다.
이번 시위의 기폭제는 컴퓨터공학도 출신의 26세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 자살이다. 경제난 탓에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과일 노점상을 하던 부아지지는 경찰의 노점 단속 때문에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고 빚더미에 오르자 분신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타고 급속히 퍼지며 부패와 높은 물가, 고실업률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중부 도시로 확산된 시위는 11일 수도 튀니스로 번졌고, 군의 강경 진압에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며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벤 알리 대통령은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2014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4일에는 내각 해산 및 6개월 내 조기 총선 실시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날 밤 벤 알리 일가는 사우디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로써 철옹통치는 막을 내렸다.
피플 파워에 의해 쫓겨난 벤 알리 대통령은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직후 대통령의 연임을 2회로 제한하는 등 민주주의 개혁을 펼치겠다고 다짐해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독재자의 본색은 얼마 가지 못해 드러났다. 그는 집권 기간 야당을 억압하고 언론과 군대를 통제, 수백명의 정치범을 투옥했다. 연이은 개헌을 통해 임기를 늘리며 2009년 5선에 성공했다.
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진, 지난 2008년 6월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이 보고한 ‘네 것은 곧 내 것’이라는 제목의 외교 전문은 “하급관리들 사이에 뇌물 수수가 만연해 있으며, 특히 대통령 일가의 과도한 재산 축적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부패 의혹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고통을 받고 있는 튀니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며 그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써놓았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튀니지 혁명이 다른 아랍ㆍ아프리카 독재국가에서도 민주화 도미노를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