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범이냐 미수범이냐 논쟁속 김용현 전 장관은 기수로 기소예정
[헤럴드경제=윤호·박지영 기자] 12.3비상계엄을 일으킨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내란죄의 미수범이 아닌 기수범으로 기소될 예정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 사실상 ‘내란죄의 수괴(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역시 내란혐의의 기수범으로 기소돼 법정에 설 것으로 확실시 된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정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용현 전 장관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포고령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군 지휘관들에게 병력 투입을 지시한 김 전 장관을 구속영장에 우두머리가 아닌 종사자로 적시, 사실상 윤 대통령을 가장 ‘윗선’으로 간주했다.
형법 87조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내란죄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내란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두머리,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는 등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이중 내란 수괴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인데,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장애미수(범죄의 실행에 착수 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음)로 분류할 경우 무기징역·금고형이 10년 이상 50년 이하 형으로 감경될 수 있다. 다만 김 전 장관에 대해 검찰 측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기수 적용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에,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수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도 최종적으로 내란죄의 기수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포고령 제1호의 6항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와 지방의회를 포함한 정치, 언론, 의료, 노동자들에 대해 헌법이 정한 권한과 기본권을 제한하며 계엄령이 대한민국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유일한 기관인데 본청에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는 상태범으로, 일정한 상태의 현상에 도달하면 그 자체로 기수가 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 이미 기수인셈”이라며 “당초 의도와 달리 주요정치인 체포를 못했거나 회의 방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양형사유로 작량감경요인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냐가 논란인 거 같은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위 쿠데타는 대통령이나 군주 등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이나 견제하는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자신의 안위를 위한 국헌문란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목적범은 목적을 가지고 행했다면 최종적인 성공·실패 여부와 상관 없이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기수”라며 “국회 작동을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이 군에 명령을 했고 작동을 했기 때문에 기수다. 미수가 되려면 지시를 했는데, 계엄군 자체가 움직이지 않은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군 투입이 계엄 선포 1시간 이후에나 이뤄졌고, 국회의 해제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미수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미수라고 봐야한다. 국회의 권능 행사를 잠시라도 불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회 기능이 멈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계엄군을 국회로 보내는 것은 실행 행위 착수일 뿐, 이 자체를 목적이 실현된 기수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는 일반적인 고의과실과 달리 명백한 목적이 있을 때에만 인정해야 하는게 다수 학설”이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6시간만에 끝났고,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숫자도 최대 280명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국회 기능을 정지시킬 목적이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내란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