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 발표
디지털 과몰입·문해력 저하 등 현장 우려 목소리 반영
이주호 부총리 “교육격차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내년도 교육 현장에 도입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가 검정심사를 마친 가운데, 정부는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서 AI 교과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회와 과학 과목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춘 2027년으로 설정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했다.
▶국어 빠지고 사회·과학 도입 1년 연기=교육부가 공개한 조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여부와 시기를 일부 과목에서 조정했다. 2026학년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초등학교 국어와 기술·가정과 2028학년도 도입 예정이었던 고등학교 국어와 실과는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제외 과목으로 분류됐다.
초등학교 사회(역사)와 과학, 중학교 과학은 도입 시기가 변경됐다. 기존 계획보다 1년 미룬 2027학년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보급해 2028학년도에 도입을 완료하기로 했다. 다만 고등학교 사회(한국사)와 과학은 예정대로 2028학년도 도입될 전망이다.
특수학교의 경우 2027학년도 도입 예정이었던 생활영어와 2028학년도에 도입하기로 했던 정보통신이 적용 제외됐다.
앞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초등학교 국어, 사회(역사), 과학, 실과와 중학교 국어, 과학, 기술·가정, 2027학년도 중학교 사회(한국사), 2028학년도 고등학교 국어, 실과, 사회(한국사), 과학에 AIDT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과몰입, 문해력 저하, 예산 부족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도입 과목 및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정안에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교육감협의회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교과목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과목 및 시기가 일부 변경된 배경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제안과 함께 그동안 이뤄졌던 학부모, 교육 현장, 전문가의 의견 수렴, 지방교육 재정 등 정책적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교원 연수·인프라 구축 나서…디지털 튜터·테크센터도=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연착륙을 위해 올해 상반기 1만여명의 ‘교실혁명 선도교원’을 양성하는 한편,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하반기에는 15만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학교의 디지털 기반 시설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학년은 디바이스(기기)를 완비했고, 시도교육청과 함께 내년 2월까지 전국 학교의 디바이스·네트워크를 점검·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사의 디지털 기반 시설 관리 부담 완화를 위해 ‘디지털 튜터’를 학교에 총 1200명 배치하고, 교육(지원)청별 ‘테크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 교육이 실현되면 이른바 ‘수포자’, ‘영포자’ 같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돼 공정한 교육 기회가 보장된다”며 “교육격차 해소, 양극화 타개를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12월 5일부터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를 통해 AI 교과서를 체험하거나 수업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각 학교는 검정심사를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를 검토해 사용할 교과서를 1개씩 선정한다. 이후 내년 3월부터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AI 디지털교과서를 실제 수업에서 사용한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엄격한 검정과정 속에서 AI 교과서의 실물을 보지 못한 가운데 생겨난 막연한 불안감도 있으실 것”이라며 “박람회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AI 교과서를 체험하거나 시연을 관람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 아닌 ‘교과서’로 인정돼야”=아울러 이 부총리는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한 번 더 유감을 표했다.
이 부총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의 지위를 잃게 돼 학생들의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교실혁명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용 도서로서 인정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교실의 변화를 통해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지역 간, 학교 간 교육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국회와 지속 협의하고 설득해나가겠다”며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께서도 교육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