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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혐한 중심엔 ‘한국 경제성장’…한·일 문화심리는?

최근 서울대아시아연구소가 2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이 비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최근 과거사 갈등에 무역제재가 더해져 반일 정서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혐한 분위기가 거센데 배경은 좀 다르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저서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부키)에서 일본의 혐한 중심에는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한국 인식은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후쿠자와 유키치의 조선 미개인론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형과 아우론’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즉 일본인들은 동생이 건방지게 형한테 맞먹고 약자가 강자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보수와 장년층에서 이런 부정적 인식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 ‘넘사벽’ 일본을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것이다. 저자는 고질적인 일본 열등감이 극복된 게 2019년 일본의 경제제제라고 말한다. 한국은 망했다는 우려와 달리 일본의 무역제재를 별다른 타격 없이 벗어나면서다. 더욱이 K팝, 영화, 드라마, 웹툰 등 한류가 거세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종종 비교되곤 하는데, 저자는 두 나라의 차이를 문화에서 찾는다.

일본이 세계정세에 재빠르게 대응해 아시아 최초 선진국이 되고, 한국이 국권을 빼앗기고 분단을 겪고 오랫동안 선진국의 뒤를 쫒는 신세가 된 게 모두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책에서 무엇보다 두 나라가 인간의 보편적 욕구에 대처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먹고 놀고 사랑하고 권력을 쫒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극명한 차이점을 발견한다.

먹방과 야동,떼창과 감상,현실을 반영한 한국영화와 환상을 쫒는 일본 애니메이션, 표정이 큰 한국탈,표정없는 일본탈, 산으로 들어가는 자연인, 방으로 들어가는 히키코모리, 삼세판의 씨름과 단판의 스모 등 양국의 문화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연구 중의 하나는 신뢰도 평가다. 사회학자 사토 요시미치가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교한 신뢰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일반적 신뢰수준은 53%로 미국(34%), 일본(20%)을 훨씬 상회한다. 도쿄대 사회심리학 교수 하리하라 모토코가 2010년 서울과 뉴욕, 도쿄 지하철에서 승객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비교한 결과도 비슷하다. 100구간 당 상호작용의 빈도에서 서울은 45.6회, 뉴욕 26.2회, 도쿄 6.6회의 상호작용을 보였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행동 등 한국인이 인간관계를 맺는데 적극적임을 보여준다. 일본은 ‘안심할 수 있는 사회’이지, 상대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는 ‘신뢰가 높은 사회’는 아니란 평가다. 일본의 높은 신뢰는 사회 시스템과 공적 영역에 기반한 반면, 한국은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는 낮고 일반적 영역에선 높은 신뢰수준을 갖고 있다. 이런 문화적 특징이 우리가 당면한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핵심 열쇠로 작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국뽕 비교도 눈길을 끈다. 한국은 오랫동안 바닥을 쳤던 집단적 자존감을 회복하고 슬슬 자부심을 느끼려는 모습이라면, ‘일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이며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나라’라고 외치는 일본의 국뽕에는 다급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본, 한국인은 자기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주체성 자기가 강한 반면, 일본인은 타인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대상성 자기가 강하다. 이는 행동방식과 결국 문화 양상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국인이 이기고 싶어하는 게임을 잘하고,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걸 싫어하나 일본인은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고 은혜를 되도록 입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이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한민 지음/부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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