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설비 투자와 사업 속도전만큼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일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개최한 포럼에서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국산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들의 AI 활용을 확산할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투자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와 속도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반도체 투자액 881조원의 대부분이 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짚어볼 대목이다. AI 산업의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AI 산업의 부가가치가 메모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은 물론 서버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분야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 투자가 쏠리면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되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와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자문회의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수요 확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내 AI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더라도 서버와 네트워크 등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외국산 장비와 기술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사업에서 국내 시스템 반도체를 우선 활용해 국산 제품의 수요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들도 이른바 ‘K칩스 딜’을 통해 국내 팹리스 등 관련 기업의 성장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버와 네트워크, 소재·부품·장비 등 연관 산업까지 두루 육성해야 국내 AI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의 과실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강원 AI 데이터센터, 영남 피지컬 AI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침체된 투자와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도권에 집중된 성장 동력을 지방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와 기반 시설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추진을 서둘러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사업의 성과를 높이려면 제기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각종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 전력망 확충과 연구개발 분야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도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부처 간 이견이 계속되고 ‘양다리 법안’에 기대는 식으로는 해결 난망이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