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성한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사실상 3년짜리 한시적 재원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일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추가세수가 2028년 57조3000억원을 기록한 뒤 2029년부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에 의존해 장기 사업을 벌여도 되는지 따져볼 때다.
미래대응기금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수입의 증가 추세를 기준으로 삼아, 앞으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가 이 기준을 웃돌면 그 차액을 추가세수로 활용하는 구조다. 세금이 계속 들어오더라도 증가 폭이 과거 추세에 미치지 못하면 추가세수는 없게 된다. 2029년부터는 내국세 수입 전망보다 과거 세수 증가 흐름을 반영한 추세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세수가 기금이 장기간 기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년 집행할 미래대응기금 사업비는 45조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 21조1973억원, 전체의 46.7%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지출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아동기본수당은 지급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청년미래적금은 신규 가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가입자에게 만기까지 기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쉽게 줄이거나 중단하기 어려운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부족한 재원을 일반회계로 메우게 되면 국가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다. 더구나 국회 승인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기금 지출 한도가 30%에 달해 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의 전반적인 재정 운용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 예산을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67조9000억원(9.0%) 늘었다. 2020~2027년 연평균 지출 증가율 5.9%를 3.1%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면 물가와 금리를 밀어 올려 서민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나랏빚도 321조원 더 늘어 1700조원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정 여력이 있을 때 국가채무를 더 줄이는 게 낫다. 예정처가 제시한 대로 정산 후 남은 재원의 최소 51%를 국가채무 상환에 쓰는 방안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2일 예산 국회가 시작됐다.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꼼꼼히 따져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양극화를 줄이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인지 가려내야 한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사업이나 여야가 주고받는 짬짜미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에 걸맞게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인지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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