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진 남·북의 경계…그래도 우린 음식으로 이어졌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남과 북 사이에 그어진 선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골짜기가 됐다.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이념의 대립과 힘의 논리가 집어삼킨 국제 질서 앞에 산산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들과 이어진 끊어지지 않는 수 많은 ‘연(緣)’이 있다.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역사와 문화적 공감대 같은 것들, 그리고 ‘음식’이다. 음식은 문화 중 가장 오래된 기억장치일지 모른다. 엄마가 빚던 만두, 할머니가 담그던 식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따라 음식도 따라왔다. 재료를 구할 수 없으면 다른 재료를 썼고, 조리법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손에 익은 방식으로 다시 만들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음식은 떠나온 그곳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권농동 내일의식탁에서 열린 ‘평화를 이야기하는 20인의 식탁’에서는 기억을 이어주는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올랐다. 사단법인 통일농수산사업단이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
2026.10.11 23:30
“오늘은 뭐 먹을까?”…엄마 대신 로봇이 부엌에 왔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실패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라면 끓이는 로봇이 조리를 실패했다고 알림을 띄운 게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은 로봇의 인간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선사했다. 바닥에 떨어진 라면 사리 쪽으로 돌아선 로봇의 모습에서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오늘은 뭐를 먹을까?” 요리를 하기 귀찮을 때면, 가끔씩 실패 하더라도 대신해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로봇이 집에 있는 장면을 상상할 때가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 상상이 어쩌면,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지 모른다. 가정용 요리 로봇이 대중화되는 일이 멀지 않은 미래 실현될 수 있다. 영국의 (Moley Robotics)에서 개발 중인 가정용 요리 로봇은 이 상상에 가장 가까운 로봇이다. 사람의 양팔과 손을 닮은 로봇이 주방에서 사람을 대신해 요리를 한다. 메뉴를 선택하기만 하면, 로봇이 레시피에 따라 조리를 한다. 50개 이상의 요리를 조리할 수 있다. 요리하는 로봇의 시작으로는
2026.10.08 23:30
혈당 걱정 없는 ‘맛있는 빵’ 진짜?…건강을 굽는 셰프 윤화영[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언젠가부터 탄수화물이 공공의 적이 된 듯 하다. 살을 찌우고 염증을 일으키고, 생명을 단축하는 달콤한 독약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저(低)탄수화물이 아닌 무(無)탄수화물 식단까지 유행을 하고 있다니, 탄수화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억울하다. 탄수화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 에너지원이다. 특히 뇌와 근육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탄수화물 자체가 아니라 어떤 탄수화물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에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새하얀 정제탄수화물이다. 정제탄수화물은 곡물이나 식품을 가공하면서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 등이 들어 있는 부분을 상당 부분 제거하고 탄수화물 중심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백밀나 밀가루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통곡물보다 소화·흡수가 빠르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 분비도 늘어나며, 이런 식습관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
2026.10.05 22:30
콩송편이 맛 없다고?…엄마가 송편에 콩을 넣은 이유[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송편에 콩 넣지 말라니까” 추석이면 빠질 수 없는 송편, 그런데 꼭 콩송편을 만들면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퍽퍽하고 달지않은 콩송편이 입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콩송편이 이제는 ‘맛없는 송편’의 대명사로 불리는 듯 하다. 송편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기원은 알기 어렵지만 고려시대 문신 이색의 『목은집』에 팥소를 넣은 차기장떡에 대한 기록이 있어 송편과 비슷한 떡이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송편이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건 조선 후기부터다. 『동국세시기』에는 추석에 햅쌀로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내고 성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러 절기에 먹던 떡이 햅쌀이 나오는 가을과 만나면서, 송편은 추석의 떡으로 굳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때부터 현재 형태의 송편이 등장했으며 콩을 넣은 콩송편도 이때 이미 나왔다는 것이다. 콩 대신 팥이나 대추 등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가 송편 속재료로 사용됐다. 하
2026.09.25 15:20
디저트 강국 일본에서 브랜드가 된 첫 한국인…디저트 불모지에서 핀 꽃 ‘저스틴 리’[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테이블이라는 무대 위에서 디저트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흔히 디저트는 모든 요리의 끝에 등장하는 미식의 조연으로 여긴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달콤한 한 접시. 특히 디저트 문화가 약한 한국인에게는 있으면 좋은 정도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대 공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국내 최정상급 디저트 셰프인 저스틴 리는 디저트 역시 충분히 미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10대와 20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바뀌고 있어요. 기성세대가 가성비에 소비의 기준을 맞췄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점점 무형의 가치에도 돈을 지불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들이 경제력을 갖게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디저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비는 습관이다. 가난을 경험했던 한국의 기성세대에게 젊은 시절 디저트는 소비 목록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경제력이
2026.08.23 22:30
김구와 안창호가 냉면 대결을?…독립투사들의 ‘소울푸드’[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총성이 터지는 긴박한 투쟁을 하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위안을 주는 게 있었으니, 바로 음식이었다. 당연하게도 독립운동가들 역시 음식 앞에선 평범한 한 사람이었으며, 맛있는 음식은 그들에게 큰 행복이었다. 음식은 때로는 머나먼 타지에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백범 김구는 냉면을 참 좋아했다고 한다. 김구가 상하이에 망명해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때였다. 암살의 위험 속에서도 정차 검표원인 지인의 청첩을 받고 축하 목적으로 방문해 냉면 한 그릇을 급히 먹고 오기도 했다. 1948년에는 분단을 막기 위해 김일성과 담판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김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마다하고 평양의 맛집 냉면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당시 수행원 선우진의 회고를 인용한 자료에는 김구가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으며 주인에게 형편을 물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평안남도 출신인 도산 안창호 역시 냉면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일제에 체포돼
2026.08.15 21:30
“엄마, 아버지가 죽었어”…가난을 딛고 중식의 전설이 된 소년[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세 번의 삶을 살아도 얻기 어려운 큰 복이다. 훌륭한 스승에게서 뛰어난 제자가 나온다.” (得遇良師 三生有幸. 名師出高徒) 세계적인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요리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가장 소중한 한 가치를 되짚었다. 화려한 경력도, 수상도 아니었다. 그의 답은 ‘스승’이었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부모처럼 삶의 태도를 일깨워주고,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등불이 된다. 그렇기에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다. “제 인생의 ‘천우신조(天佑神助)’는 좋은 스승을 만난 거예요. 제가 요리를 시작한 1970년대에는 중식을 배울 책 한 권 없었어요. 오로지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익힐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좋은 선배,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셰프로 성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어요.” 여경래 셰프는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2026.07.19 21:30
미쉐린☆ 셰프들 줄줄이 곰탕집 오픈…‘한 그릇’에 한식의 미래 담았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의 최정상급 셰프들이 잇따라 곰탕집을 열었다. 고급 문화의 대명사인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곰탕의 만남은 와인과 막걸리의 조합만큼이나 의외다. 그들은 곰탕이야말로 시간을 응축한 한식의 정수이자, 한식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셰프들이 선보이는 곰탕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곰탕에 빠진 이유도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고, 또 다른 이는 미식의 대중화를 이야기한다. 또 어떤 이는 한식의 재발견을 꿈꾼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곰탕이 지닌 한국적 가치다. 곰탕에는 절제와 인고라는 한국의 미학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소고기를 넣고 끓이는 단순한 음식 같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재료는 소고기와 물, 소금 정도로 단출하다. 그만큼 맛을 감출 장치도 없다. 좋은 곰탕은 오랜 시간 약한 불에서 육수를 우려내며 재료의 풍미를 끌어내야 한다. 단순하기에 더 어렵고, 소박하기에 더 정직한 음식이다.
2026.07.05 23:30
주방에서 펼치는 최현석의 ‘코미디’, 뉴욕 진출한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웃기지만, 우습지 않다.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무대 위 펼쳐지는 감동의 코미디다. 파인다이닝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흔히 예술적 표현과 감성적 해석을 중시하는 ‘아트하우스(Art House)’나,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로 의미를 전달하는 ‘미장센(Mise-en-scène)’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오히려 ‘코미디’에 가깝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위트 있는 형태의 음식은 손님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맛으로 감동을 전한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코미디의 정의가 그의 요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파인다이닝은 때때로 손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높은 가격과 낯선 분위기 속에서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현석 셰프는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찾은 손님들이 불편해야 하느냐고.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고 즐기다 가기를 바란다. “요리 30년 차에 깨달았어요. ‘나는 감동 있는
2026.06.21 23:00
“나는 먹을 때마다 괴로워야 했다”…미식계가 경악한, 김진혁의 ‘창작론’[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 단 한 번도 괴롭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김진혁 셰프의 자기 평가는 자조적이고 염세적이다. 냉혹을 넘어 잔혹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 속에서 요리를 향한 그의 애증과 고뇌를 읽었다. 그의 만족은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항해와도 같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처럼,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 역시 끊임없이 멀어져 갔다. 미식계는 그를 창작에 사로잡힌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즉흥적이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요리를 마주하면, 그가 왜 미식계의 예술가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셰프로서 그의 삶은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 주인공인 스티븐 디덜러스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은 종교와 사회가 만든 규범 속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끝내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미궁 같은 제약을 벗어난다. 그것은 곧 자아의 해방이었다. 김진혁 셰프 역시 정해진 장르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청담동
2026.06.07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