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저트 강국 일본에서 브랜드가 된 첫 한국인…디저트 불모지에서 핀 꽃 ‘저스틴 리’[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테이블이라는 무대 위에서 디저트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흔히 디저트는 모든 요리의 끝에 등장하는 미식의 조연으로 여긴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달콤한 한 접시. 특히 디저트 문화가 약한 한국인에게는 있으면 좋은 정도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대 공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국내 최정상급 디저트 셰프인 저스틴 리는 디저트 역시 충분히 미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10대와 20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바뀌고 있어요. 기성세대가 가성비에 소비의 기준을 맞췄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점점 무형의 가치에도 돈을 지불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들이 경제력을 갖게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디저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비는 습관이다. 가난을 경험했던 한국의 기성세대에게 젊은 시절 디저트는 소비 목록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경제력이
2026.08.23 22:30
김구와 안창호가 냉면 대결을?…독립투사들의 ‘소울푸드’[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총성이 터지는 긴박한 투쟁을 하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위안을 주는 게 있었으니, 바로 음식이었다. 당연하게도 독립운동가들 역시 음식 앞에선 평범한 한 사람이었으며, 맛있는 음식은 그들에게 큰 행복이었다. 음식은 때로는 머나먼 타지에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백범 김구는 냉면을 참 좋아했다고 한다. 김구가 상하이에 망명해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때였다. 암살의 위험 속에서도 정차 검표원인 지인의 청첩을 받고 축하 목적으로 방문해 냉면 한 그릇을 급히 먹고 오기도 했다. 1948년에는 분단을 막기 위해 김일성과 담판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김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마다하고 평양의 맛집 냉면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당시 수행원 선우진의 회고를 인용한 자료에는 김구가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으며 주인에게 형편을 물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평안남도 출신인 도산 안창호 역시 냉면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일제에 체포돼
2026.08.15 21:30
“엄마, 아버지가 죽었어”…가난을 딛고 중식의 전설이 된 소년[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세 번의 삶을 살아도 얻기 어려운 큰 복이다. 훌륭한 스승에게서 뛰어난 제자가 나온다.” (得遇良師 三生有幸. 名師出高徒) 세계적인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가 요리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가장 소중한 한 가치를 되짚었다. 화려한 경력도, 수상도 아니었다. 그의 답은 ‘스승’이었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부모처럼 삶의 태도를 일깨워주고,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등불이 된다. 그렇기에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다. “제 인생의 ‘천우신조(天佑神助)’는 좋은 스승을 만난 거예요. 제가 요리를 시작한 1970년대에는 중식을 배울 책 한 권 없었어요. 오로지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익힐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좋은 선배,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셰프로 성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어요.” 여경래 셰프는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2026.07.19 21:30
미쉐린☆ 셰프들 줄줄이 곰탕집 오픈…‘한 그릇’에 한식의 미래 담았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국의 최정상급 셰프들이 잇따라 곰탕집을 열었다. 고급 문화의 대명사인 파인다이닝 셰프들과 곰탕의 만남은 와인과 막걸리의 조합만큼이나 의외다. 그들은 곰탕이야말로 시간을 응축한 한식의 정수이자, 한식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셰프들이 선보이는 곰탕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곰탕에 빠진 이유도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고, 또 다른 이는 미식의 대중화를 이야기한다. 또 어떤 이는 한식의 재발견을 꿈꾼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곰탕이 지닌 한국적 가치다. 곰탕에는 절제와 인고라는 한국의 미학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소고기를 넣고 끓이는 단순한 음식 같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재료는 소고기와 물, 소금 정도로 단출하다. 그만큼 맛을 감출 장치도 없다. 좋은 곰탕은 오랜 시간 약한 불에서 육수를 우려내며 재료의 풍미를 끌어내야 한다. 단순하기에 더 어렵고, 소박하기에 더 정직한 음식이다.
2026.07.05 23:30
주방에서 펼치는 최현석의 ‘코미디’, 뉴욕 진출한다[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웃기지만, 우습지 않다.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무대 위 펼쳐지는 감동의 코미디다. 파인다이닝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흔히 예술적 표현과 감성적 해석을 중시하는 ‘아트하우스(Art House)’나,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로 의미를 전달하는 ‘미장센(Mise-en-scène)’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오히려 ‘코미디’에 가깝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위트 있는 형태의 음식은 손님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맛으로 감동을 전한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코미디의 정의가 그의 요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파인다이닝은 때때로 손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높은 가격과 낯선 분위기 속에서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현석 셰프는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찾은 손님들이 불편해야 하느냐고.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고 즐기다 가기를 바란다. “요리 30년 차에 깨달았어요. ‘나는 감동 있는
2026.06.21 23:00
“나는 먹을 때마다 괴로워야 했다”…미식계가 경악한, 김진혁의 ‘창작론’[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 단 한 번도 괴롭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김진혁 셰프의 자기 평가는 자조적이고 염세적이다. 냉혹을 넘어 잔혹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 속에서 요리를 향한 그의 애증과 고뇌를 읽었다. 그의 만족은 마치 우주의 끝을 찾아 떠나는 항해와도 같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처럼,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 역시 끊임없이 멀어져 갔다. 미식계는 그를 창작에 사로잡힌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즉흥적이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요리를 마주하면, 그가 왜 미식계의 예술가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셰프로서 그의 삶은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 주인공인 스티븐 디덜러스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은 종교와 사회가 만든 규범 속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끝내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고 미궁 같은 제약을 벗어난다. 그것은 곧 자아의 해방이었다. 김진혁 셰프 역시 정해진 장르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청담동
2026.06.07 23:20
“대기실 셰프 모습에 깜짝”…박은영의 ‘스타셰프’ 필수조건[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스타는 대중의 꿈을 비추는 거울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만큼 스타의 존재를 잘 정의한 말이 있을까. 우리의 꿈을 대신한 동경의 대상,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하늘 위의 반짝이는 별 ‘스타’라 부른다. 한류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타의 힘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 영향력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문화와 사회, 경제 전반으로 뻗어간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문화적 영향력이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영역이다. 한번 마음속에 자리 잡은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굉장히 무섭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뒤, 애써 잊으려 해도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사회와 경제의 변화 역시 문화적 영향력 아래에서 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에야 사회를 움직일 수 있고, 경제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K팝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이 사회를 바꾸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소비와 산업의 흐름까
2026.05.24 23:20
“아이 잃은 슬픔, 또 겪고 싶지 않아”…마녀의 숨겨진 눈물[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사람들은 그를 마녀라 부른다. 그러나 내가 본 그는 수십 년 전 상처에 눈물짓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어쩌면 여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지금 요식업계에서 신성(新星) 스타셰프를 나열하자면, 이문정 셰프를 빼놓을 수 없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외모, 위트를 머금은 거친 화법. 그의 매력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그 당당함 이면에는 이 짧은 글로는 다 담기 어려운 26년의 세월이 있다. 아픔과 성취, 상실과 회복이 뒤얽힌 세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또렷이 느껴지는 건 단 하나였다. 시련을 대하는 태도, 그 단단함이었다. 이문정 셰프는 대학을 졸업한 후 2001년 워커힐호텔 중식당 ‘금룡(金龍)’에서 요리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당시 중식 주방은 철저한 남성 중심의 세계였다. 작은 체구의 그가 뜨거운 불길 앞에서 무거운 웍을 다룰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손재
2026.05.10 23:20
78조 시장 두고 韓 ‘떡’ VS 日 ‘모찌’ 승부는 시작했다…‘혁신가’ 박경미의 승부수[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간식이 귀했던 시절, 떡만큼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준 음식도 드물었다. 부엌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맞대고 떡을 빚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봄이면 논둑에서 캔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고, 비 오는 날이면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뒤 설탕에 찍어 먹었다. 이제 떡은 한·중·일 동북아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듯하다. 무려 78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떡 시장에 전세계 미식계가 주목을 하고 있다. 일찍이 떡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일본의 모찌(餅)를 넘어 한국 떡이 세계 시장에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 발간한 ‘떡·한과류 세부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떡·한과의 수출 규모는 7000만 달러(2만551톤)로 2017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는 한국 문화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떡 수출액이 급성장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대 수출국이 같은 떡 문화권인 아시아가 아
2026.04.26 23:20
공짜 취급한 김치, 진짜 중국에 뺏긴다…김치명인의 섬뜩한 경고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역사 이래 이렇게 김치가 맛없었던 시절은 없었을 겁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 이하연 명인의 말은 충격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 명인이자, 김치 사업가인 그가 김치를 ‘최저’라고 평가하다니, 자승자박 아닌가. 하지만, 나는 곧 이 말이 김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뼈 아픈 호소임을 깨달았다. 무너지는 둑을 온몸으로 막듯, 그는 지금의 김치 문화에 닥친 위험을 목청껏 경고한 것이다. “적어도 제가 태어난 70년 가까운 세월을 돌이켜보면, 가난했던 과거보다도 지금이 더 김치의 품질은 낮아졌습니다. 추억을 미화한 게 아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말입니다.” 김치의 품질을 무너뜨린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김치를 한국의 얼굴이라 말하면서도, 식탁 위에서는 공짜 반찬 이상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 모순된 태도가, 김치를 서서히 추락시켰다. “좋은 김치를 찾는 사람도, 값을 지급하려는 사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공짜가 당연한 싸
2026.04.12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