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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맘스터치 버거, 오른쪽이 일본 팝업스토에서 판매된 맘스터치 버거. [SNS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맘스터치, 일본 게 더 맛있어 보이네?"

한국 토종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도쿄에서 일을 냈다.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구에 문을 연 맘스터치 팝업스토어가 단 3주 동안 방문자수 3만3000명을 기록한 것이다.

매장 앞은 맘스터치 버거 맛을 보기 위해 모여든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맘스터치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이용 경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97%는 '메뉴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존 현지 브랜드와 비교 시 88%가 '타브랜드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맘스터치 정식 매장 오픈 시 재방문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99%에 달했다. 응답자의 93%가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다. 78%가 맛과 품질을 그 이유로 꼽았다.

"어라, 한국과 다른 거 같은데?" 이 소식은 한국에서 다른 쪽으로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판매된 맘스터치 제품을 본 일부 사람들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나아가 "내수용과 수출용에 차별을 두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맘스터치 측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맛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본사 인력 30명을 투입해, 반죽부터 닭을 튀기는 방식, 재료의 무게까지 동일하게 맞추고 있다"며 "신선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닭고기와 야채를 일본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가격은 일본에서 판매된 제품들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데, 이는 한국에 비해 저렴한 일본 패스트푸드 물가를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성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업체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향후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할 때는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너희가 맛을 알아?"…역차별의 역사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아

왼쪽이 한국에서 판매된 A사의 컵라면, 오른쪽이 일본에서 판매된 A사의 컵라면. 외관상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SNS 캡처]

"한국 소비자는 늘 '봉'이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오해를 했던 이유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해왔던 몇몇 업체들의 사례가 쌓여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라면 제조업체 A사는 한국에 판매하는 컵라면과 일본에 수출하는 컵라면에 차이를 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건더기의 양과 크기뿐 아니라, 면과 분말스프도 달라 사실상 다른 제품과 다름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었다. 가격은 일본이 한국보다 3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식문화를 고려한 것"이라며 "용량과 가격을 세밀하게 따져보면 자국민 역차별이 아닌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내 제과업체도 마찬가지 지적을 받았다. B사가 일본에서 판매하는 아몬드 초콜릿과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일 제품은 비슷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에서 2배 차이를 보였다. 또, 일본에서는 카카오버터를 사용했고, 한국 제품에는 저렴한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C사의 땅콩 과자는 국내에서 325g을 3840원에 판매했지만 수출용은 429g을 2048원에 판매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역차별 논란은 단지 식품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자동차·휴대전화·플랫폼서비스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차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럴수록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역차별'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 국내 자동차 회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81%의 응답자가 '수출용 차가 더 튼튼할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우리도 알 거 다 알아"…미식에 빠진 韓 소비자 외면 말아야

마트에서 소고기를 고르는 손님. 경제력 증가와 함께 여가 시간이 늘면서 한국에서도 미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123rf]

정보가 부족한 과거에는 역차별을 당하더라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여러 정보가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불만이 있다면, 불매운동을 벌여서라도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

미식(美食)에 대한 관심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이 높아진 것도 역차별을 쉽게 간파당하는 이유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최근 한국에서도 미식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식에 대한 탐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에게 경제력과 정보력이 없어 80~90년대에는 역차별을 받더라도 이를 모르거나 알고서도 가격차이 때문에 큰 불만을 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때 고착화된 수출용과 내수용에 대한 역차별이 지금까지도 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은 "시대가 바뀌어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음에도 이런 과거의 관행을 고치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권리를 찾기 위해 불매운동 등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