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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은평치매안심센터에 있는 '반갑다방'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김무웅(78·왼쪽) 오창옥(68) 부부. 남편 김씨는 3년 전 아내는 2년 전 치매를 확진 받았다. [채상우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여보. 나는 당신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랑하는 자식의 이름마저 잊게 만드는 병 '치매'. 가족들까지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는 치매를 우리는 '악마의 병'이라 부른다.

많은 치매환자가 하루 하루 이상해지는 스스로에게 낙담해 우울증에 시달린다. 결국엔 좁은 방 안에 갇혀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이런 슬픈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치매와 사투를 벌이는 노부부가 있다. 남편 김무웅(78) 씨와 아내 오창옥(68) 씨다.

김씨와 오씨는 각각 만 3년차와 2년차 치매환자다. 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세상을 마주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은평구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반갑다방에서 이들 부부를 만나, 치매를 대하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길을 잃은 아내, 기억을 잃은 나…손을 맞잡은 우린 치매부부입니다

치매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여보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전화기 너머 들리는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잠깐 낮잠을 들어버린 게 실수였다. 그 사이 혼자 미장원에 가보겠다던 아내는 기어코 돌아오는 길을 잃고 말았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아내는 전화도 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거리를 해맸다.

아내를 찾아 온 동네를 들쑤신 탓인지, 혹시나 영영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인지 아내를 만났을 때는 옷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44년 전인 1979년 봄, 지인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났다. 쑥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옷소매만 매만지던 풋풋한 아내는 봄볕같은 사람이었다. 10살이나 어린 아내는 뭐가 좋은지 어딜 가든 내 손을 늘 꼭 잡고 다녔다. 우리는 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젊은 시절 석축 공사 엔지니어로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세 아이를 홀로 키워내느라 젊은 시절을 바쳤다. 나 또한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다. 우리의 삶에 스트레스는 늘 함께했다.

그게 문제였을까, 3년 전부터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다. 물건을 둔 곳도 깜빡할 때가 많았다. 외출을 할 때면, 놓고 온 물건을 가져오느라 시간을 다 써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결국 그해 치매 확진을 받았다. 언젠가부터 길을 잘 잃어버리던 아내도 이듬해 치매 확진을 받았다.

처음에는 좌절도 했지만, 낙담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수 없었다. 숨기기 보다는 치매 사실을 알리고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병원과 은평구치매안심센터에서 치료와 관리를 병행했다. 올해부터는 은평구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반갑다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고 일을 하면서 치매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여보, 우리 이 손을 놓지 마요."

나는 오늘도 아내의 손을 꼭 붇잡고 길을 나선다. 이 손을 놓치면 아내가 사라질까 하는 염려와 서로에게 의지마며 치매를 극복해 나가자는 결연한 마음 때문이다.

"주문이 틀려도 괜챃아요"…치매환자를 치유하는 특별한 카페

은평치매안심센터에 있는 '반갑다방'에서 음료를 제공하고 있는 오창옥 씨. [채상우 기자]

"안녕하세요 반갑다방입니다."

아내 오창옥 씨가 반가운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5개의 테이블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이 작은 카페는 경증 치매환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일을 한다. 김무웅·오창옥 부부 역시 자원봉사자이자 바리스타다. 은평구치매안심센터의 권유로 올해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믹스커피', '율무차', '아이스티' 4종류다. 원두커피를 주문했다. 남편인 김무웅 씨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주문이 틀려도, 음료가 조금 늦게 나와도 이해해 주세요" 주방 입구에 걸린 안내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 음료값은 공짜다. 주민 누구나 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루에 약 20팀 정도의 손님이 올 정도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은평치매안심센터에 있는 '반갑다방'. [채상우 기자]

"맛있게 드세요." 오씨가 나무 쟁반에 커피와 쌀과자를 담아 건냈다.

주문했던 아메리카노 대신 향이 깊은 에스프레소만 추출돼 나왔다. 원하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상관 없이 향과 맛이 좋았다.

"여기서 일하고 나서 많이 좋아졌어요. 사람들이랑 계속 만나서 대화도 많이 하니까 기억력이 줄어드는 것도 조금 늦어지는 것 같고요."

오씨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날은 오씨의 뇌파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65세 인구 10명 중 1명 치매…"남의 일이 아니다"

[중증치매센터]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에 이른다. 80세 이상으로 넘어가면 25%로 4명 중 1명이 치매에 해당한다.

올해 기준 60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는 102만4925명으로 집계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50년에는 3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약 100명 중 7명이 치매를 겪는 셈이다.

때문에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도 수반된다. 치매를 앓은 부모를 부양하다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들도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조짐도 간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중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면서 "약물치료를 주로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 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관절과 근육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운동치료, 현재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하는 현실 인식 훈련, 기억력, 집중력, 시공간 능력 등 저하된 인지 기능을 훈련하는 인지훈련 등의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 전후 치매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고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아 생활습관 관리를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치매 예방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치매를 예방하려면 40세 전후부터 수축기 혈압을 130mmHg 또는 이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에도 상처를 입을 수 있어서다. 중년기와 노년기 적절한 신체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신체활동은 뇌를 자극하고 비만과 당뇨병을 줄일 수 있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장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 활동을 지속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근력 운동도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치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임 교수는 "매일 30분씩, 주 5회 가량을 꾸준히 걷고 운동할 경우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음식은 통곡물, 녹황색 야채, 견과류, 가금류를 통한 적절한 단백질 섭취, 등 푸른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강한 뇌를 만드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즐겨라·참아라·챙겨라…치매 막는 '333수칙'

중앙치매센터에서 소개하는 치매 예방 '333수칙'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