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최근 과잉 생산과 소비 침체가 맞물려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국산 원유(原乳) 가격이 비싼 탓에 치즈 생산에 쓰이는 국산 원유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치즈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치즈 시장은 외국산이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공치즈의 원료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늘어나는 치즈 소비, 대부분 수입=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치즈 소비량은 2000년 4만4897t에서 지난해 11만8067t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0.94㎏에서 2.4㎏으로 늘어났다.

치즈 100g을 만드는 데 우유 약 1㎏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우유 24㎏을 소비한 셈이다. 이는 작년 1인당 흰우유(백색시유) 소비량인 26.9㎏에 근접한양이다.

식생활 서구화, 와인 문화 확산, 외식 산업 성장 등에 힘입어 치즈 소비는 매년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먹는 치즈는 대부분 수입 치즈다. 국산 치즈 생산량이 적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치즈 수입량은 2000년 3만537t에서 2014년 9만7216t으로 3배가량 늘었다.

특히 이 기간 가공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치즈 수입량은 1만8761t에서 8만7168t으로 4.6배 많아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자연치즈는 수입량의 10분의 1 수준인 8582t에 불과하다.

가공치즈는 국내 생산(1만5197t)이 수입(1만48t)을 앞섰지만 체다치즈를 필두로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가공치즈 대부분이 수입 원유나 수입 자연치즈를 원료로 쓴다. 수입 치즈에 다른 재료를 첨가해 재가공한 치즈 제품이 많다. ▶국산 원유 비싸, 저렴한 수입 선호=남아도는 우유가 좀처럼 치즈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은 올해 9월 기준 26만2659t이다. 지난해 9월(18만7664t)보다 40% 증가했다.

그러나 국산 원유가 수입 원유보다 3∼4배 비싸다 보니 유업체들은 치즈 원료로저렴한 수입 원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우윳값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미국ㆍ일본ㆍ중국ㆍ영국ㆍ프랑스 등 13개국 주요 도시 물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흰우유1ℓ 가격은 2546원으로 대만(2753원)과 중국(2555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애초 원유 가격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우유 재고가 아무리 많이 쌓여도 가격은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연 1회 원유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이다.

국내 치즈 시장이 아직 성장 초기단계여서 생산 기반이 열악한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치즈 산업은 응유(凝乳), 숙성, 살균 등 제조 공정과 관리에 수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도 높은 편이다.

▶ 유제품에 원유 이용 늘려야=지난해 국내 원유 사용실적을 보면 흰우유 등 음용유용으로 76만1820t(68.2%), 가공용으로 35만4561t(31.8%)이 쓰였다.

흰우유 소비는 줄지만 치즈 등 유제품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원유를 가공용으로 쓰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있다.

국내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2014년 26.9㎏으로 12.7% 감소했다.

치즈와 발효유 등 유가공품용 원유에 대한 쿼터제를 도입해 쿼터 물량에 대한 국내외 원유 가격 차이를 지원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치즈용 원유쿼터제를 도입하면 업체는 국산 원유를 지금보다 싸게 구매하고 정부 보조로 농가가 받는 값도 조정돼 원유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남는 원유로 직접 자연치즈를 만들어 팔면서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제공하는 목장형 유가공도 낙농업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 같은 목장형 유가공 농가는 전국에 4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임실치즈마을은 목장형 유가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낙농가가 원유 1㎏을 팔면 1067원을 받지만 원유 1㎏으로치즈 100g을 만들어 팔면 약 7000원을 받아 부가가치가 올라간다.

박범영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장은 “지금처럼 우유 소비가 정체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자연치즈 소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원유 소비량이 증가해 어려움을 겪는 낙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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