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쿄)=고승희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베 정부과 일본 청년들의 역사인식 수준에 일침을 가했다.

5년 만의 신작 ‘바람이 분다’로 돌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6일 오후 도쿄도 코가네이시에 위치한 아틀리에 ‘니바라키’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행하고 있는 잡지 ‘열풍’의 7월호를 통해 ‘헌법 개정은 당치 않은 일’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아베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거장 감독은 이날 한국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먼저 과거사로 뒤엉킨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를 언급하며 “세 나라는 서로 싸워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아쉬움은 현재의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과 감각을 가지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89년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며, 소련도 함께 붕괴됐다. 일본인은 그 때 역사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은 역사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일본은 역사이야기를 해왔어야 하는데, 그동안 경제 이야기에만 집중해왔다. 그 결과 경기가 불황이면, 전부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역사감각을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독이 생각하는 그릇된 역사인식에는 종군위안부 문제도 포함돼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위안부 문제도 일본이 진작에 청산했어야 할 과제”라며 “하시모토 담화가 오르내리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격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격동의 시대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문제를 삼으면 안된다”면서 “과거사가 별 것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총리(아베)는 곧 바뀔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무수한 망언에 악화된 삼국관계를 꼬집었다.

한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 만에 신작 ‘바람이 분다’를 내놓았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한 ‘바람이 분다’는 현지에서 100만명을 돌파, 1억5000억엔의 흥행수입을 써내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25일에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전투기 제로센의 설계자였던 호리코시 지로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국내에서는 9월초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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