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8회> 바람에맞서는 법(17)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미녀 가수 백지영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을 듣노라면 그 노랫말 중에 가슴이 너무 아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마치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하는 백지영의 뮤직 비디오를 보노라면… 에라, 이 세상의 바람난 아녀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싶어질 뿐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HY 훌 푸드의 여제, 신희영의 짓거리도 무죄를 선고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홍보 이사님, 이것 좀 검토해 보세요.”

“네? 이게 뭔가요?”

“뭐긴 뭐야, 대본이지.”

대본이라고? 홍보이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신희영이 내민 A4 용지 서너 장을 받아들었다. 그 종이에는 어설픈 그림이 대충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랫단마다 깨알처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연극을 올리나요?”

“연극이 아니고, 이번에 찍을 CF 대본이라고요.”

“아~ 콘티 말씀이십니까?”

그제야 A4 용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이번 HY 훌 푸드의 신제품을 런칭하기 위한 CF 콘티였다. 콘티란 광고용어로서 장차 방영될 텔레비전 광고를 연속그림과 자막설명으로 종이 위에 풀어놓은 것을 말한다.

홍보 이사는 그 콘티를 유심히 살피는 동안 10년은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왜냐고? 너무 그 내용이 기막혔기 때문이었다. 원래 우리가 늙는 까닭은 세상살이가 하도 기막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회장님, 이번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지방성분을 대폭 줄인 장조림으로서 상큼함을 컨셉으로 삼고 있는데… 웬 노년의 여인이 등장합니까?”

홍보 이사는 이렇게 물어보는 동안에도 여전히 기가 막혀서, 머릿속이 지푸라기로 가득 찬 느낌일 뿐이었다.

“바로 그거예요. 지방성분 축소! 노년의 여인이 식스 팩과 근육으로 탱탱한 꽃미남을 바라볼 때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홍보이사라면 지방이 쪽 빠진 저 몸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어요?”

“그야… 기름기 없이 매끈한…”

“바로 그거예요. 그렇다면, 기름기 없이 매끈한 몸매를 제일 부러워하고 아쉬워 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하… 할머니?”

“그렇지, 정답예요. 할머니들이 꽃미남을 제일 부러워한다고요. 게다가 요즘 할머니들은 돈도 많아요. 구매력이 높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런 콘티를 기획하셨나요? 회장님께서 직접?”

“그럼요. 남에게 외주 줄 필요가 뭐 있어?”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CF에 출연할 여배우도… 혹시… 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서 촬영하실… 예정…”

“물론이지요. 어때요? 멋지지요?”

홍보이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꽃미남들과 뒤엉켜 라틴댄스를 추는 콘티 내용에는 신희영의 음흉한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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