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CIA 자문위원 경력 논란
한국말 잘하는 미국인인가,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인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뜨겁다. 30여년간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아온 김 후보자가 기술보안 등 국익을 지켜야 할 부처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그야말로 부처 장관에 적격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미국 고급 정보ㆍ인맥, 우리가 활용” vs “국정원 관계자가 타국 장관할 수 있겠나”=온라인상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중 국적 문제와 정체성 논란이 들끓었다.
아이디 ‘nine**’는 “도리어 핵잠수함 대위 출신의 김종훈을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일 것이다. 김종훈의 CIA 인맥과 정보를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funj**’도 “CIA 자문위원까지 했으면 능력검증은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내 인사들의 편협한 시각을 꼬집는 이도 다수 있었다. ‘Jini**’는 “세계 곳곳에 우리 핏줄을 가진 뛰어난 분들이 많다. 어릴 때 해외 나갔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 핏줄 내 조국을 위해 일하고 싶어 국내로 들어오고 싶어한다. 일부 인사들이 자기 밥상이 줄어들까싶어 그들을 폄훼하고 따돌린다”고 지적했다.
반면 ‘khal**’는 “김종훈 후보자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여서 문제”라면서 “우리 미래산업과 신기술산업을 이끌 장관 가족이 전부 미국인이고 본인은 CIA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데다 한국인이 된 지 5일밖에 안된 인물이란 게 문제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데 한국에 대한 애국심은 아직 검증되지도 않았다. 우리 신성장동력산업의 기밀을 다루게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clim***’도 “타국 정보기관에 있던 사람이 장관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우리 국정원 관계자가 다른 나라에서 장관을 하면 어떨까”라고 했다. ‘kg93**’는 “평생 미국인으로 살아왔는데 미국과 우리 국익이 충돌할 때 합리적으로 우리를 대변할 수 있을까가 문제”라며 “차라리 한국에서 자란 다른 나라 사람이면 모를까”라고 했다.
▶전문가, “김 후보자 업무수행 능력이 중요”=전문가들은 신설되는 미래부를 공직경험이 없는 김 후보자가 잘 이끌지에 대해 우려했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미국에서 기업 경영을 했다고 하지만 한국의 관료사회와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유 평론가는 “조직운영에서 효율성이 정답은 아니다. 조직과 사회문화에 대해 정밀하게 알고 있어야 부처를 성공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한국조직 적응력 여부에 대해 검증된 적이 없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 출신이라고 조직장악 능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유수 연구소 사장까지 한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일과 리더십은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한국 관료문화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도 차관들이 잘 도와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전례를 들어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서남표 총장은 해외 성공신화로 주목받으며 카이스트대 총장에 초빙됐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서 교수는 “외부 인사를 중용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 제2, 제3의 서남표 총장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ㆍ김윤희ㆍ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