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ㆍ일 간 갈등은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듯하다.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그가 속한 민족하고는 별 관계가 없다. 처음부터 개인적 문제라 생각했다면 홀로코스트, 난징대학살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식당에 나붙은 안내문이 요즘 중국의 민족주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베이징의 관광명소 허우하이(後海)에 있는 한 식당은 ‘일본인과 필리핀인, 베트남인, 그리고 개는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 필리핀, 베트남은 현재 중국과 동ㆍ남중국해의 섬과 해양주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이다.
식당 주인 왕(王)씨는 “애국심에 이 안내문을 걸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향이 허베이(河北)성 바이양뎬(白洋澱)이라면서 “바이양뎬이 항일유격지로 유명하다”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팻말이나 안내문이 걸려있는 곳이 비단 이 식당뿐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 간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이 불붙으면서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선 ‘일본인과 개는 출입금지’라는 ‘민망하고 섬뜩한’ 글을 볼 수 있다.
역설적인 것은 중국인들 역시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반(半)식민지 시절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다. 대다수 중국인은 19세기 후반 상하이(上海) 조계지 내 황푸(黃浦)공원에 붙었던 ‘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란 모욕적인 표현을 기억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의 이 같은 행동은 아마도 맹목적이고 단순한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옛날에 당했던 수모를 이제 힘이 세졌다고 다른 민족에 돌려주겠다는 보복심리가 작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식당 주인이 중국인 대다수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동시에 모든 일본인이 우경적이고 국수주의자도 아니다. 오히려 일본에는 자국의 우경화를 반대하고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일본인들도 많다.
내가 아는 한 일본 기자는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일부 정략적인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국내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적 정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은 총서기 직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12월 8~10일 남해함대 구축함과 광저우(廣州)군구 본부 등을 차례로 시찰하면서 “소집하면 바로 달려오고, 왔으면 싸움에 나설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중ㆍ소 분쟁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1968년 마오쩌둥(毛澤東)이 발표했던 격문 내용과 비슷해 진의를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말이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시진핑 정권이 노골적인 대일(對日) 강경책으로 민족주의를 부추겨 출범 초기인 정권의 기반을 강화하려 한다고 간주한다.
현재 중ㆍ일 간 갈등은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듯하다. 브레이크가 있어도 어느 쪽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이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그가 속한 민족하고는 별 관계가 없다. 처음부터 개인적 문제라 생각했다면 홀로코스트, 난징(南京)대학살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