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ㆍ서지혜 기자]칼 한 자루에 현금 2500만원. 언뜻 들으면 전설의 장인이 만든 명검의 가격에나 어울릴 법한 얘기다. 하지만 실제 칼의 가격이 아니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아이템의 매매 가격이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진명황의 집행검(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은 실제 게임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 2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11년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건 1등 경품 세 가지 중 하나도 ‘집행검’이었다. 나머지 두 개 경품은 중형승용차와 순금 100돈이었다. 1등 당첨자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벤트였음을 고려하면 ‘집행검=중형승용차=순금 100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집행검’은 리니지 유저들에게 있어 꿈의 아이템으로 불린다. 게임 상의 위력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14일 게임아이템 중개업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거래되는 게임아이템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게임시장 규모 10조원의 15%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이는 합법적으로 수수료를 내고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되는 액수일 뿐이다. 중개인 없는 개인 간 거래액수가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중개업체에 의한 게임아이템의 연간 거래상한선은 2400만원이지만 집행검의 경우 개인 간 거래에서 2500만 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개상을 통해 리니지2의 활 ‘드라포커’가 1400만원, 디아블로3의 ‘탈라샤의 목걸이’가 1300만원,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황금도둑벌레카드‘가 280만원에 거래되지만 개인간 거래에선 부르는게 값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게임아이템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뭘까?

게임도 현실과 같이 ‘경쟁사회’이고,이런 경쟁심리에 매몰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리니지게임에서 처럼 높은 레벨의 ‘몹’(게임상의 적)을 사냥해야 자신의 캐릭터 레벨을 높일 수 있다는 경쟁심리가 유용한 아이템에 거액을 지불하게 한다는 얘기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게임시스템은 현실사회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다. 남들보다 빨리 결과를 얻길 바라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인정, 부러움 등이 가상공간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백승윤 게임중독치료센터 원장은 “현실세계의 경쟁에서 낙오되기 쉬운 사람들이 게임을 도피처로 활용하고 그 곳에서 승리의 쾌감을 느끼고자 한다”며 “중독까지 이어지는 게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아이템에 대한 중독은 실제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수십, 수백 대의 컴퓨터를 설치해 24시간 게임만 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일명 ‘작업장’이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지난 12일에는 한 30대 남성이 100만여원 짜리 게임아이템을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한강대교에서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설 교수는 “게임 중독을 막지 못할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은 늘 것이고, 게임과 현실세계를 혼동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 원장은 “중독상태가 계속되면 조울증 등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운동과 같은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등 주위를 분산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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