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 마트 · 백화점 ‘명절 장보기’…본지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마트기준 올 차례상 비용 27만3000원 작년보다 떨어졌지만 주부 부담은 여전
과일 풍년으로 선물세트 중심 가격하락 수산물 이력제로 안전성 확인 발길 늘어 간편가정식도 인기…매년 20% 매출상승
전국각지 재래시장 잇단 ‘명절맞이 행사’ 단골집 인심 즐기고 더 값싸게 장보기도
결혼 4년차 주부. 벌써 4번의 추석과 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하랴, 살림하랴 바쁘다 보니 장보기 실력은 도통 초보 수준을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특히 명절 차례상 준비라면 더욱더 엄두가 나지 않죠. 하지만 이번 설은 다릅니다. 혼자서 해보겠다며 길을 나섰습니다. 마트와 재래시장을 오가는 초보주부와 함께 미리 명절 장보기 체험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올 차례상 비용 줄었다는데…정말? “작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될지 모르겠네.” “큰 거면 하나만 놓기도 하잖아, 더 비싼 거 사든지.”
22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과일 코너를 기웃거리다 만난 베테랑 주부들의 짧은 대화다. 봉지에 든 6900원짜리 친환경 사과를 만지작거리던 윤성숙(45) 씨는 “한 번에 장을 보기가 무거우니까 오늘 나온 김에 과일을 좀 보고 있다”며 “과일값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상에 올릴 좋은 과일을 사려니까 부담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올해 4인가족을 기준으로 한 대형마트의 설 차례상 비용은 한국물가정보 조사에서 27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떨어졌지만 20만원을 훌쩍 넘는 장보기를 해야 하는 주부 입장에서 물가가 싸졌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올해 풍년을 맞아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과일은 선물세트 중심으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과와 배가 각 6개씩 들어간 선물세트 가격이 5만5000원 선. 이형은 농산실장은 “지난해 6만원 하던 구성이 올해는 5만원 정도로 저렴해져 과일선물세트는 예상보다 반응이 더 좋은 편”이라며 “다음주 화요일께부터 본격적으로 판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자 봉사활동 때문에 매주 수요일 서울역을 찾는 선형순(64) 씨는 올 때마다 마트에 들르지만 채소에 있어서만큼은 재래시장 예찬론자다. “자주 이용하는 재래시장과 비교하면 마트가 훨씬 비싼 거 같다”며 “마트는 소량으로 포장된 야채들이 많아 잘 구매하지 않고, 공산품 위주로만 장을 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채소와 나물류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더욱 풍성하게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생선과 정육 코너는 시세를 알아보는 고객들이 많았다. 방사능 우려가 여전한 수산물의 경우 수산물 이력제 등 품질관리를 강화한 대형마트를 믿고 구매하는 이들이 꽤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참조기는 중간 크기로 3마리에 6000원 정도로 장만할 수 있다.
특히 마트에서 초보주부를 잡아끄는 것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가공식품이다. 동그랑땡 하나 준비하는 데도 야채 다듬기부터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마침 할인하는 해물경단을 카트에 집어넣었다. 간편가정식 제수음식은 매년 20%대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품목이다. 재래시장 맛집을 들여온 이마트는 피코크 모듬전을 7990원(470g)에 선보이는데, 이것 하나면 며느리들의 허리도 좀 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재래시장, 단골집을 찾아라 4000원을 주고 빈대떡 접시를 건네받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고소한 기름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단 먹고 장보기를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와 동행한 주부 김수현(39) 씨는 “설 분위기를 조금 일찍 느껴볼 수 있을까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마트만 다니던 아이들이 간식거리도 많고 하니까 더욱 재미있어 한다”고 즐거워했다.
서울시내 98개 재래시장은 설을 맞아 17일부터 각종 제수용품 할인행사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물론 풍물공연 등도 개최하고 있어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 연휴기간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최대 2시간까지 주ㆍ정차도 허용된다.
그러나 물건 보는 눈이 부족한 초보주부에게는 재래시장만큼 어려운 곳도 없다. 이때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장인심이다.
한 마리에 3만원 하는 커다란 생대구를 살펴보다가 발길을 옮기려는 찰나 생선을 사고 나오던 아주머니가 팔을 잡아끈다. “이 집 물건 좋아요. 원래 저쪽 집 다녔는데 이리로 옮겼어.”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조금씩 올라가게 마련이지만 올해 설 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들썩이지는 않는 편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굴비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시장에 오시는 분들은 단골이 많아 물건들을 더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며 “명절이라고 더 받는 것도 없고, 백화점에 납품하는 것과 똑같은 물건을 여기서 반값으로 사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폐백과 이바지음식 전문가게가 많은 광장시장은 견과류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견과류 역시 올해 작황이 좋아 가격이 내림세로, 밤은 1.5㎏에 5000원이면 충분했다. 나물류 장보기는 제일 만만한 콩나물을 저녁 반찬거리로 2000원어치 구매했는데, 콩나물 시루에서 슥슥 뽑아 검은 봉지 한가득 받아드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광장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하고 있는 배덕성(60) 씨는 “전통시장은 오래된 단골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점점 연세가 들어가시고 젊은 사람들은 시장에 오지를 않으니 고민이 된다”면서도 “올해 설 체감경기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보면 70점 정도로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오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