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노사정위원장 인터뷰 ⑤ 일자리 창출, 사회적 대화로 풀자
노사관계는 사회적 대화가 핵심 규범·전문성갖춘 인력·조직 필수
일자리 나누기·근로시간 줄이기… 현실적인 의제 찾아내는게 중요
근로자나 사용자 희생 범위 등 노사 양측 합의 통해 개선해야
“전통적 개념의 ‘사회적 대화’는 소극적인 갈등 해소 차원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가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최종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과거 저임금ㆍ고성장 시대에는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작용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고임금ㆍ저성장 시대에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특히 사회적 대화를 얼마나 원활하게 잘하느냐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고 그는 믿는다.
노사정위는 지난 1998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사회적 대타협을 이끈 경험이 있다. IMF 외환위기 때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낸 뒤 역할이 다소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사정위는 명실공히 사회적 대화를 15년간 이끌어온 조직이다. 규범성과 전문성에서 사회적 대화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최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선진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 이해하는 만큼 사회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이 생각하는 사회적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들어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해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한 바 있다.
-사회적 대화체 구성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규범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인적 자원이 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 인적 자원의 특징은 자산인 동시에, 부채라는 점이다. 유능한 인재는 자산이지만, 무능한 인재는 부채가 된다. 이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인구는 그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에 있어 규범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조직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여러 종류의 사회적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노사관계의 사회적 대화가 중심축이 될 것인데, 전문성과 규범성을 요구한다.
-사회적 대화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나.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현실적인 의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줄이기 등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근로자나 사용자가 어느 정도 감내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 감소 방지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노사 양측이 논의해서 개선해야 한다.
일례로 자동차 부품업체가 모여 있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지역노사정위원회 활동이 활발하다. 여기서는 앞으로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바뀌면서 엔진이 없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2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논의하고 있다. 또 앞으로 어떻게 기술 개발과 능력 개발을 할 것인지와 교육 투자까지 논의하고 있다.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어떻게든 합의를 보고 결정을 꼭 이끌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서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다. 사안별로 합의가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때가 있다. 이해 당사자가 결정하지 못하면, 제3자가 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그 역할을 공익위원이 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결정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입장을 알고만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지구상 가장 좋은 시스템으로 꼽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어떻게 진화시키느냐가 과제다.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이제 남아 있는 수단은 사회적 대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선진화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노사정위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8년 2월 노사정이 공동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외환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 양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합의는 복수노조 금지 조항, 정치활동 금지 조항, 제3자 개입 금지 조항 등을 없애고 정리해고제, 파견제, 변형근로시간제도를 허용하는 ‘3금3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노동 시장이 가파르게 양극화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또 2009년에는 국제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 및 노사민정 대타협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와 복수노조제도 관련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의 합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외 주5일근무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 직권중재제도 폐지, 필수 유지업무 도입, 산재보험 개선, 베이비붐 세대 일자리 문제, 일ㆍ가정 양립 문제 등 110가지가 넘는 제도 개선, 정책 개선을 이끌어냈다.
-앞으로 사회적 대화 발전 방향은.
▶이해 당사자 참여가 중요하다. 노사정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등이 참여해서 최저임금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과거 최저임금위원장으로 일하던 시절, 민주노총 내 이해 당사자를 참석시켰다. 최저임금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용이했다.
더불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 범주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별 기업 사안으로 봐야 하는 것이 있고, 비정규직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봐야 하는 것이 있다. 사회적 대화는 국가 차원의 의제로 진행돼야 한다. 게릴라전으로 해야 할 것이 있고, 정규전으로 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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