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토크쇼에 새로운 ‘놈’이 나타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송되는 ‘썰전’이다. 여기저기서 재미있다고 난리다. 시청률은 1.5~1.7% 정도지만 타깃시청률(20대~40대)은 종편 동시간대 최고다. 마니아 시청자도 제법 확보한 상태다. 정치시사를 논하는 앞 코너는 30~50대 남자들에게 인기고, 대중문화 영역의 미디어 비평을 지향하는 뒤 코너는 20~30대 여성들이 많이 본다.

‘썰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출연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시청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알고 싶은 정보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토크 스타일도 ‘각’이 살아있다. 뜨거운 이슈를 날카롭게 분석하지만 비방과 비난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돌직구를 날리고 자사 프로그램도 도마에 올리는 ‘셀프디스’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시사토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정치 시사 뉴스라기보다는 술자리에서 하는 정치 이면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러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런 토크가 시청자들이 뉴스를 바라보는 눈이 생기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강용석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등 정치인 출신이거나 정치평론가와 김구라의 조합이 기대 이상이다. 가령, 고위공직자들이 청문회에서 자식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게 결격사유가 된다는 대화를 나누다가, 김구라가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미리 해병대를 갔다온 사람을 양자로 입적시켜 놓는 게 좋다. 가수 이정 같은 친구가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100분토론’이나 ‘심야토론’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여자 아나운서에 관련된 설화로 수많은 안티를 양산하고 도마 위에 올랐던 강용석은 침착하면서도 자유롭게 던지는 촌철살인과 박학다식의 똑똑한 토크가 때로는 위태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썰전’의 최대 수혜자가 강용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안에 따라 강용석이 보수적이고, 이철희가 진보적일 때도 있지만 정부 정책 등에 대해서는 둘 다 비판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썰전’의 기획자인 여운혁 CP는 “정치시사토크는 겉으로 하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뒷이야기와 잘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찾는다. 어떤 정책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보다는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사실뿐 아니라 전반적 흐름과 정치인들이 특정 입장을 가지게 된 이유 등도 관심거리인데, 여기에 유머를 집어넣고 실명을 원칙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뒤 코너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특정 주제를 엄격하고 냉정하게 낱낱이 분석하는 ‘예능심판자’다. 지상파에서는 하기 힘든 분석과 토크가 곁들여진다. 첫 회에서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에 대한 초접전 검증 토크를 통해 예능 대통령을 가려냈다. 3대 연예기획사인 SM-YG-JYP를 평가할 때는 각종 현란한 비교와 비유가 동원됐다.

토크쇼는 스타와 명사 등을 게스트로 섭외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하지만 ‘썰전’은 게스트를 섭외하지 않고도 게스트가 출연한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예능심판자’에서 연예인이 연예인을 비판하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면전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거침이 없다.

이윤석은 언론학 박사답게 분석적이고, 아나운서였던 박지윤은 섬세하면서도 한방을 날린다. 허지웅은 저널리스트답게 날카롭다. 강용석과 김구라는 앞뒤 코너 모두 나온다. 강용석은 ‘예능심판자’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듯 하지만 변호사이기 때문에 연예인 사건 사고에 강하다. 그러다 보니 벌써 자신만의 영역이 생겼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썰전’을 ‘엣지 있게’ 만드는 사람은 김구라다. 김구라는 정치시사토크를 예능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연예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라디오스타’에서 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김구라는 ‘썰전’에서도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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