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과 전쟁

작년 결혼 32만7000명, 이혼은 11만4300명 3쌍 중 1쌍 굿바이…만남과 이별이 너무 쉬워진 시대 결혼 시즌 봄 맞아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다시 생각해본다

“일상 집들이 흔들리는 것을 봅니다/모든 가족에겐 아이가 필요합니다/엄마는 재혼을 포기하셨지요/집을 바꾸고 학교를 아빠를 바꾸는 일/뭐 대수라구요/낯선 장소가 그립습니다만 언제나처럼/다락방 하나 긴 마당이 하나 그리고 공터로 이어지는/골목길이 하나/ 다락방에는 가족들이 꺼리는 사진과 내가 있습니다.”

김상혁 시인의 ‘이사’라는 시다. 아이들은 안다. 엄마, 아빠가 어느 때부턴가 말이 없어지고 빈 자리가 보일 때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 마침내 올 것이 오면 아이는 갑자기 어른이라도 된 양 애써 담담해한다. 꺼내선 안되는 말, 보아선 안되는 사진 같은 건 알아서 척척 해내지만 아이의 한 쪽은 아프고 그립다.

이혼이 쉬워진 시대지만 갈라선 부부는 누구나 아이에게 미안함의 부채를 갖게 마련이다. 그렇긴 해도 이혼이 단지 아이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걸까. 이혼, 재혼 가정의 어린이 173명을 20년간 연구해온 컨스턴스 애런스 남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혼은 자녀에게 충격을 주지만 그 피해가 지속되진 않는다”면서 “이혼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형태로 확대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런스 교수가 173명의 어린이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이들 중 80%는 부모의 이혼을 통해 자신들이 좀 더 강하고 슬기로워졌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의 76%는 부모의 재결합을 원치 않았다. 이혼 가정 어린이가 보통 어린이에 비해 특별한 정서장애나 사회 부적응현상을 보이지도 않았다.

한국의 2011년 이혼율은 1000명당 5.4명으로 2003년 1000명당 8.7명을 최고조로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상위권을 맴돈다. 2012년 상황은 2011년보다 조금 나빠졌다. 혼인은 32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2087명 줄었고 이혼은 11만4300명으로 전년 대비 미미하게 늘어 최근 하락 추세를 반등시켰다.

이혼의 증가는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과 관련이 깊다. 전통적으로 가정은 경제학적 비교우위론에 의해 남녀의 역할이 주어져 왔다. 여성이 집안일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고 남성은 상대적으로 바깥일을 좀 더 잘하기 때문에 성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런 구도가 기술ㆍ과학의 발달로 가사를 기계와 아웃소싱으로 대체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정이 쉽게 깨지기 쉬운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는 여성으로 하여금 경제활동을 강화하도록 부추기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은 이혼하기 좋은 환경을 조장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이혼보험’이 된 것이다. 결혼 및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한몫 거든다.

이혼은 진화생물학적으로 보면 좀 더 쿨하다. 일종의 호르몬 장난이다. 영장류 인간은 아이를 함께 키우도록 진화했는데 유인원 암컷은 아이가 없을 경우 남녀결합용 호르몬의 유효기간이 길어야 7년밖에 작용하지 않는다. 아이가 없고, 적을수록 생물학적으로 신체는 이혼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일상화된 이혼은 가정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두드러진 현상은 아빠의 존재감이다. 장을 보고 식탁을 차리고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엄마 어디가’가 ‘아빠 어디가’로 바뀐 것이다.

이혼 가정의 증가에 따른 법적ㆍ제도적 사각지대의 보완은 시급하다. 자녀 양육비 부담의 강제화,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의 복지, 가족관계 및 역할에 대한 교육 등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남기는 이혼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영국의 문화사상가 로먼 크르즈나릭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고 말한다. 각종 미디어와 정보를 통해 비교상대, 평가기준이 많아지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눈을 낮춰 나와 똑같은 결함 많은 상대로 보는 일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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