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고위 공무원 등 유력인사들이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확인되지 않은 설(說)이 마른 봄날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아방궁 같은 별장에서 마약을 복용한 채 난잡한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에 이 별장에서 포르노, 채찍, 수갑 등이 발견됐다는 선정적 보도까지 등장했다. 마치 사드의 소설 ‘소돔 120일’에 등장하는 난잡한 집단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사건에 한국사회는 집단 관음증에 빠져들고 있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무차별 유포되며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성접대 리스트’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 살포되고 있는 것. 급기야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한 전직 경찰 간부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악성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관음증과 근거없는 말이 무차별적인 ‘인격 살인’을 저지르는 형국이다.
혼선을 빚고 있는 경찰 수사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지 2주가 지났건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분석한 성접대 동영상은 증거능력이 부족하고 참고인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경찰 수사가 겉도는 가운데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맞물려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긴 셈이다. 결국 사건의 본질은 성접대가 아니라 건설업자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건설업자가 고위공직자, 병원장 등 사회고위층 인사에게 성접대 외에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년간 건설업자가 관여했던 각종 사업의 인허가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이 건설업자가 20여차례 고소ㆍ고발을 당하면서도 모두 무혐의 처리된 배경에 유력인사의 외압이 없었는지 수사 중이다.
또 사회고위층이 성접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는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대가성이 있는 뇌물수수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성접대가 아닌 건설업자의 불법행위 전반이다.더구나 ‘성접대 리스트’ 유포로 고통받는 인물에 대한 의혹을 벗기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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