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1회> 바람에 맞서는 법(3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 맹렬한 속도로 원을 그리며 달리는 가운데에 강유리는 고독한 모습으로 우뚝 서있었다. 바닥에는 민들레 잎사귀처럼 땅 위를 기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풀 위에 알루미늄 티를 꽂은 채로 공을 얹어놓고 있었다.
군인들은 험악한 어투로 떠들며 경적을 울려댔지만 그녀는 고요함 속으로 젖어들었다. 황토먼지, 자동차 엔진 음, 고함소리, 웃음소리, 머리칼을 날리는 바람… 그 와중에 CF 촬영을 위한 반사광이 되 쏘여 눈이 부셨다.
“자, 슛 들어갑니다!”
뭐라 대답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자칫하면 모래가 한 움큼 입 속으로 밀려들어올 지경이었다. 벌판을 달리던 바람이 사람을 만나면 몸을 타고 위로 치솟게 되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1953년 카누스티의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벤 호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해, 브리티시 오픈이 시작되기 2주일 전에 현지에 들어온 호건은 철저한 연습에 임했다. 지름이 작은 영국 볼을 써서 바람이 유독 심한 카누스티의 경기에 대비했던 것이다. 그 날, 강한 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벤 호건은 73타라는 훌륭한 스코어를 냈다.
“딱!”
황토먼지 때문에 공은 보이지 않았지만 스윙을 마무리 한 강유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양 팔꿈치를 왼쪽 어깨 위로 올린 채 그녀는 고요히 서쪽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동안 주위를 맴돌며 난리를 펴던 모리타니아의 군인들도 모두 차를 멈추고 숨을 죽인 채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 마이 갓!”
먼저 소리를 지른 사람은 그중에서도 가장 피부가 검은 군인이었다. 그가 놀라 입을 벌리자 가지런한 이빨과 놀라서 크게 뜬 눈의 흰자만이 유독 하얗게 두드러졌다.
“아, 유리 씨!”
1974년 산 치타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유호성도 안타까운 탄성을 질러야만 했다. 왜냐고? 스윙의 마무리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녀의 브래지어가… 어깨 끈도 없이 원터치 매듭으로 되어 있어서 한번 풀리면 바닥으로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그녀의 브래지어가 스르륵 땅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일순 황사바람이 불어 그녀의 자태가 흐려졌다. 하지만 원추형으로 돋아난 그녀의 젖가슴은… 탄력 넘치게 출렁이고 있었다. 바람이 지나가고, 시야가 밝아지고, CF 촬영을 위한 반사광이 그녀의 젖가슴에 비춰지자 웬걸! 그 탐스러운 젖가슴에서 은은한 광채가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컷! 컷!”
촬영 감독이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꿀 먹은 벙어리들처럼 조용히 구경만 하던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 요란을 떨기 시작했다. 브라보 혹은 브라바, 베리 굿, 갓 뗌, 원 모어 타임! 등등 찬사와 욕설, 알아먹을 수 없는 괴성!
잠시 모두들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CF 감독이나 비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제 정신을 차렸을 때 강유리는 이미 머신을 몰고 저만치 벌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중이었다. 물론 유호성이 그 뒤를 쏜살같이 뒤쫓고 있었다.
“어떡하지요? 감독님. 오늘 CF 방영분이 20초인데… 총 26초 분량이 찍혔습니다.”
“그럼 됐지, 뭐가 문제야?” “그 중에서 노 브라로 찍힌 분량이 9초입니다. 그 부분을 커트 해내면 17초 분량밖에 남지 않습니다. 어떡할까요?”
난감하기만 했다. 하필이면 그 중의 후반 10초 분량은 과감하게 상체로 접근해 들어간 클로즈 업 장면이었다. 젖꼭지까지 생생히 찍힌 그 장면을 도저히 CF 광고로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되돌린 영상으로는 그녀의 브래지어가 스르륵 미끄러지는 모습이 너무도 예술적이었지만… 핑크빛 돌기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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