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7회> 바람에 맞서는 법(46)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짐 속에 무기나 마약을 소지하고 계십니까?”
“허허허, 오케이!”
“다시 묻습니다. 짐 속에 무기나 마약을 소지하고 계십니까?”
“허허허허, 오케이 땡큐!”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면, 영어라고는 오케이와 땡큐 밖에 모르는 시골 청년이 어쩌다가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에 겪은 실제 사건을 리바이벌 해 본 상황이다. 어깨가 딱 벌어지고 몸도 탄탄하게 생긴데다가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린 청년에게 출입국 관리원이 혹시… 하고 물어보았던 것인데, 뭐가 어째? 오케이, 땡큐?
물론 출입국 관리원이 혀 꼬부라진 영어로 물어보았기 때문이지만, 무조건 오케이, 땡큐로 대답한 그 시골 청년으로 인해 공항이 벌컥 뒤집혔음은 당연지사였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을 그저 민망해서 허허허! 웃은 것이 낭패였단 말이다.
“다… 당신은 그럼… 검은 9월단?”
“컴은 콜? 컴온? 허허허, 땡큐!”
N-Dos 단의 젊은 병사와 강유리 사이의 의사소통도 출입국 관리원과 시골 청년의 대화와 별로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 청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오직 ‘검은 9월’ 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컴온, 콜!’ 정도로 각색해서 알아들었으니… 찢어진 신문을 읽고 독후감 쓰기와 뭐가 다를까.
그 병사가 거성의 드라이버를 죽이기 위해 파견 된 특공요원이라는 말에 강유리는 느닷없이 검은 9월단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던 것인데… ‘검은 9월단’이 뭐냐고? 하긴 오래 전 일이라 모르는 분들도 많을 테니 이쯤에서 역사공부 좀 해보기로 한다.
검은 9월단이란… 40여 년 전인 1972년, 서독 뮌헨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을 때 올림픽선수촌에 난입하여 끔찍한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계열의 저항단체를 일컫는 말이다. 1972년 9월 5일 새벽 4시, 운동선수 복장으로 갈아입은 8명의 괴한들은 수류탄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서독 뮌헨의 올림픽선수촌 담장을 넘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이스라엘 선수들이 묵고 있던 숙소였다. 곧이어… 드르르륵! 탕, 탕! 잠자고 있던 선수들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두 명을 죽이고 아홉 명을 인질로 붙잡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출동한 서독 경찰은 이들과 수차례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총격전을 벌이게 되었는데, 인질 아홉 명 모두가 숨지고 테러범들도 사살, 또는 생포되었다. 그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단체인 검은 9월단이었다.
“아악! 이 남자가 왜 이래?”
N-Dos 단의 청년이 두 팔을 벌려 강유리를 안으려 하자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하긴, ‘컴온!’ 이라고 알아들었으니 두 팔을 벌려 안으려 했겠지.
“나… 자수합네다. 살려 추세요. 나… 거성 드라이버 안 죽입네다.”
“알았어요. 죽이지도 말고, 나를 끌어안지도 말아요.”
난감했다. 처음에 윗도리를 벗어주었을 땐 고마웠지만, 상대가 검은 9월단이라 여겨지니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웃통을 벗은 채 고백하는 모습을 보니 애처롭기도 했다. 이럴 땐 어찌해야 할까?
‘그래, 괴한이 흥분하지 않도록 잘 달래야지. 그런 뒤에 꼬여서 경찰서로 가는 거야.’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알몸 위에 그의 군복 윗도리를 걸쳐 입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악명 높은 검은 9월단 앞에서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었다니… 그녀는 주섬주섬 군복 윗도리의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몸부터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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