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3회> 감추어진 승부 7
눈앞에 찬란한 무지개가 뜨면 곧이어 하늘 가득 꽃잎이 휘날리게 될 것이다. 로데오 자세의 극치는 그 순간부터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꽃잎이 휘날리는가 싶으면 그 꽃이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 그 새들이 나는 모습에 정신을 팔다보면 드디어 하늘 위에 팔선녀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인데….
‘여기가 낙원일 거야!’
박박진진은 아마도 눈앞에 펼쳐진 무지개의 색깔을 헤아리는 중인지도 몰랐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이 벌겋게 타오르는 것 같다가도 곧 보랏빛으로 바뀌곤 했으므로. 눈을 뜨면 주황색 불빛이 펼쳐지다가 노란 꽃무더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기도 했으므로….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분명 무지개색이었으므로.
‘고지가 바로 저긴데….’
속으론 이렇게 느끼면서도, 박박진진은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잠깐만 쉴 게요. 잠깐만.”
신희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속삭였다. 일부러 감질나도록 하는 것이냐고? 아니다. 지금 이 자세는 어쩔 수 없이 감질날 수밖에 없는 자세였다. 왜냐고? 성난 수소에겐 아무런 주도권이 없고, 단지 조련사에게 주도권이 있을 뿐인데… 그 조련사가 힘없는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그래요. 조금만 쉴 게요.”
이제 깔딱 고개만 넘으면 용암이 분출하고, 하늘로 솟아오른 불꽃이 수천, 수만 마리의 나비와 새가 되어 하늘을 날 것만 같은데, 그때… 하필 그때, 다리가 아파서 쉬자는 건 뭐냔 말이다, 염병.
그럼 이 대목에서 잠시 로데오의 장단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로데오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남녀가 얼굴을 마주보고 스포츠 섹스에 돌입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시는 분은 손들어 보세요… 했을 때, 손을 번쩍 드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어쩌면 상열지사 분야에서는 지고지순한 햇병아리일 수도 있다.
무릇,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얼굴을 마주보면서부터 불행이 싹트게 되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얼굴을 마주보면 정들게 마련이고, 정들다 보면 배신할 수 없고, 배신하지 않으려면 다른 파트너를 만날 엄두도 내지 말아야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어째서 얼굴을 마주보면 아마추어인지.
그럼, 로데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지금, 신희영과 같은 처지에 봉착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제 쪼그려 뛰기를 다섯 번 정도만 더 하면 낙원으로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달릴 수 없을 때, 조련사는 물론 상대방까지도 낙심천만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럴 땐, 몇 분 정도 쉬어야겠지.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는 파트너도 아쉽겠지만 조련사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보건체조를 하듯 심호흡을 반복한 뒤에… 다리에 힘이 붙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
7부 능선을 오르고, 8부 능선에 이르면 또다시 다리에 힘이 쪽 빠지게 마련인데… 그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자세가 뒤집어지게 마련일 것이다.
“못 참겠어요, 회장님. 자! 이리로.”
박박진진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세 번이나 반복되는 감질타령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에 눕히고야 말았다.
“고마워요, 박박진진!”
그녀는 한참이나 어리고 젊은 박박진진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누가 뭐래도…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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