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에 힘입어 2001년 38%에 불과했던 화장(火葬) 비율이 2011년 현재 71%를 넘어섰다. 뿌리 깊은 매장문화로 매년 여의도 절반 면적이 묘지로 변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어쩌면 이 같은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고민거리가 사라진 건 아니다. 화장시설을 찾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화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화장시설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71.1%에 이른다. 2001년 38.3%에 그쳤던 화장률은 인구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편리성 선호, 매장공간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면서 매년 상승해 2005년 52.6%를 기록했고 2011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일본(99.9%) 대만(89.6%) 홍콩(87.1%) 스위스(83.9%) 덴마크(77.3%) 등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사 문화가 매장 중심에서 화장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사회적 문제였던 심각한 묘지 부족 현상을 벗어나고 있는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묘지난은 해소되고 있지만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 현존하는 화장 시설이 급증하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펴낸 ‘장사업무안내’를 보면 우리나라는 화장로 기당 1일 평균 처리건수는 2.3건이다. 특히 서울과 부산의 화장로 기당 1일 평균 처리건수는 각각 4.3건, 3.3건에 달한다. 일본이 화장로 기당 1일 적정 처리건수를 1.5~2.0건으로 정해놓고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화장장은 과부하가 걸려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의 화장장을 찾아 떠나야 하는 일도 잦다. 서울의 경우 화장 희망자의 17.9%가 성남ㆍ수원ㆍ인천의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2011년 총 3만571건의 화장 수 중 성남시ㆍ수원화장장에서 수용한 것은 1만2154건으로 40%에 지나지 않았다. 화장시설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화장률이 30% 언저리에 머물던 1988년 45곳이던 화장장은 화장률 70%가 넘는 2013년 7월 현재 55곳으로 불과 10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화장률이 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화장장은 고작 20% 남짓 증가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화장시설을 확충한다는 방침이지만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화장장 확충 방침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화장시설 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야 해결될 수 있지만 화장시설이 들어서는 걸 지역 주민이 꺼린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