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 감추어진 승부 (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세계적인 보물 병마용과 역시 세계적인 희귀명차들을 전시해 놓았기 때문인지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1 포스트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있었다. 랠리 경기가 시작되던 날, 상하이 남서쪽 항저우 만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사오싱’에서 열린 개막식과는 차원부터가 달랐다는 말이다.
그날엔 신화통신사 기자만이 삐죽 얼굴을 내밀었을 뿐, 여타 신문, 방송사의 표찰을 단 기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죽하면 중앙일보, 헤럴드 경제, KBS, MBC 등등 유민 회장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방송사 기자들도 일체 외면했을까.
“저게 바로 내 아버지의 숨은 파워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아버지? 유민 회장님?”
“그래요. 랠리 개막식이 끝난 후에 내가 즉각 전화 한 통화를 때렸거든요? 창피하게 이게 뭐냐고 말입니다. 기자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으니…”
“그래서… 호성 씨 전화를 받고 아버님께서 기자들을 동원하신 거라고요?”
“기자들 동원하는 정도를 파워라고 할 수 없지요. 중국 정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이런 행사를 벌이도록 지시했다는 거, 이게 진정한 아버지의 파워입니다.”
자뻑 이라고나 할까? 유호성이 부리는 황당한 호기에 지나가던 개도 웃을 판이었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호성의 말대로 유민 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무려 70억 원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유민 회장에게 이번 랠리대회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만약 랠리 대회가 실패한다면 그는 곧 형무소로 직행할 게 빤하기 때문이었다.
“야, 어째서 개막식에 기자들이 한 명도 없다는 거야?”
“아마 FIA 공식경기가 아니라서 그런 모양입니다만…”
“시끄러워, 이번 행사에 실패하면 난 끝장이야. 내가 끝장나면 너희들도 밥줄이 끊어지는 거야. 그래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개막식 날, 아들의 볼멘 전화를 받은 유민 회장은 즉석에서 유민그룹 간부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 수백 억 원을 들여서 5개국을 관통하는 랠리대회를 꾸몄는데 그 행사가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낭패란 말인가. 그는 회의에 참석한 그룹 임원들에게 벼락같이 화를 내고야 말았다.
“당장 기자들에게 돈을 뿌려! 그리고 포스트라고 하나? 랠리 선수들이 밤마다 쉬는 곳에 이벤트를 벌여봐. 아무런 이벤트라도 좋아. 늘씬한 가수들 데리고 가서 춤추게 하고, 노래 부르게 하면 기자들이 몰릴 것 아닌가.”
“회장님, 뜻은 알겠습니다만… 회사 자금이 달려서 문제입니다.”
“이 답답한 양반들아.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우나? 그동안 랠리 대회에 들인 돈이 얼만데 기껏 이벤트 할 돈이 없어서 일을 망쳐? 재무이사! 당장 은행에 전화 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융자를 받으라고.”
이렇게 해서 반나절 만에 마련한 거금 70억 원이 제1 포스트 이벤트를 위해 쓰인 것이었다. 자칫하면 밥줄이 끊어질 것이란 협박에 유민그룹 임원들은 허겁지겁 벼락행사를 기획했다. 사방으로 연락하던 중, 마침 중국 일대를 돌던 클래식 카 동호회의 회장과 연락이 닿았던 것인데… 그들에게 단 하룻밤 동안 차를 빌려 주차해 놓는 것에 30억 원을 쏟아 부었다.
물론 클래식 카 앞에 세워놓은 병마용은 모조품이었다. 달걀도 가짜로 만드는 중국 상인들에게 모조품 병마용을 빌려 도열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그 일도 불과 하루 만에 치르려니 10억 이란 돈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시황릉 앞마당을 빌리는 데에 20억이란 돈을 쏟아 부었다. 급행료였다. 나머지 10억 원은 조명을 설치하고 레이저 빔을 쏘고, 폭죽을 쏘기 위한 재료비와 인건비였다. 하지만 그나마 겉보기에 훌륭했고, 정체는 알 수 없어도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단 소식에 유민 회장은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 속도 모르고 제 아버지 자랑에 여념이 없는 유호성의 허풍은 공허하기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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