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솔직히 요즘 기업들 힘 빠집니다. 우리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참 그래요. 범죄자도 아닌데…. ‘여의도’에 브레이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정부도 그 역할을 못하고 있죠.” (대기업 전무 A씨)
“끝이 어디일까 싶습니다. 어떻게 수습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일단 한번 찔러보자’는 식은 정말 위험합니다.” (대기업 상무 B 씨)
최근 사석에서 만난 대기업 관계자들이 털어 놓은 ‘한탄’이다. 경제민주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무분별한 기업 옥죄기 입법은 지양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불만을 넘어 이젠 공포 수준”이라는 게 기업들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자칫 정부와 대중에게 경제민주화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것처럼 낙인 찍힐까봐 목소리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단체들도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25일 경제5단체장들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업활동을 과다하게 제한하는 입법환경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했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취지는 동감하지만 과도한 입법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6월 임시 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프랜차이즈법 등이 줄줄이 통과됐다. 국회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도 현재 계류돼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빚어진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행태를 시정하는 일명 ‘남양유업법’, 재벌 총수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한 형량 강화 법안 그리고 통상임금과 관련한 근로기준법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 무차별 법안 살포로 인해 투박한 법률안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버젓이 놓여 있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으로선 공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민주화라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경제계도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당초 의도에서 벗어난 무리한 부분이 나타날 수 있는데,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니 면밀한 검토 과정, 종합적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다”며 “9월 국회부터라도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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