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인내심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제일 세겠네요”

지난 28일 중국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핵심은 피하고 원칙적인 애기만 하는 장 위원장에게 박 대통령은 참다참다 못해 ‘뼈 있는 위트’를 날렸다고 합니다.

으례 정상회담 하면 점잖게 앉아 구름잡는 말만 하다 예정된 시간이 흐르면 훌훌 털고 일어나 악수하고 자리를 뜨는 걸 연상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모습은 전혀 달랐다고 합니다. 한 주제를 집요하게 말하면서 자기가 생각한 것은 꼭 얻어내고 말겠다는 강한 의중에 참석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후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장 위원장과 테이블에 앉아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본론으로 직행했다고 합니다. 자신 만큼이나 준비성이 철저하게 꼼꼼한 장 위원장의 스타일을 잘 아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친 셈입니다. ‘북핵불용’이라는 우리측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고, 중국측의 답변을 얻어야 한다는 목표점이 있었던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역사왜곡 문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br />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역사왜곡 문제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물론 장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 위원장은 계속해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인내심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제일 세겠네요”라는 말로 국면을 전환한 것이죠.

예정된 40분의 시간이 흘러 장 위원장이 회담을 서둘러 끝내려 하자 예의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잠깐만요”가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잠깐만요”는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같은 공식회의는 물론 비공개 회의에서 참모들을 긴장케 하는 말입니다. “잠깐만요” 뒤에는 날카로운 비판, 때로는 송곳 질문이 뒤따르기 마련이어서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참모들에겐 일종의 노이로제 같은 단어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잠깐만요, 제가 조금 더 얘기해도 될까요?”라며 장 위원장의 양해를 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집요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넘어 다음 일정으로 잡혀 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면담 시간은 약간 뒤로 늦춰졌습니다.

물론 리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박 대통령의 집요함은 다시 한 번 이어졌습니다. “우리 리커창 총리님은 ‘미스터 리 스타일’이라고 이렇게 굉장히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으신 걸로 들었습니다”며 호탕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은 거침없이 말하는 리 총리의 스타일을 화두로 한ㆍ중 FTA(자유무역협정)를 꺼내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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