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자택과 노재헌 주중대사가 이사장을 지낸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노 관장에게 참고인 소환 통보를 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이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 딱 30년 만이다.
검찰은 노 관장이 2024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제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에 기재된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 측은 2024년 항소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사돈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태평양증권 인수 등 선경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진 메모장에는 ‘선경 300억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50억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도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이 제출한 ‘김옥숙 메모’는 그간 규명되지 못했던 ‘안방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돈이 없다”며 추징금 884억 원을 미납하던 2000∼2001년 차명으로 210억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고,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에 152억 원을 기부했다. 5·18 기념재단 등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대사, 노 관장 등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비자금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1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가 사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아들 노주중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시아문화재단 관계자 및 차명계좌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 등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 20만 달러를 밀반입한 혐의와 관련해 한국에서도 조사를 받았고, 1996년 이양호 전 국방장관 뇌물수수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내사종결된 바 있다.
노 관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1990년 2월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20만 달러를 미국으로 반입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적이 있다. 노 관장은 1993년 1월 징역형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MBC는 당시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 선고 기록을 입수해 담당 검사가 “거액의 자금은 한국의 정치권으로부터 나와서 스위스의 한 은행을 통해 미국으로 밀반입됐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법인 줄 모르고 돈을 밀반입했으며 자발적으로 선고공판에 출석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밀반입된 20만 달러만 몰수했다.
노 관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1994년 8월 조사에서는 자금의 출처를 결혼식 축의금 등이라고 해명했다. 1995년 12월 대검 조사에서 노 관장은 “생활비 명목으로 아버지에게 받았을 뿐 스위스 계좌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이듬해에는 이양호 전 장관 뇌물수수 사건 당시 진급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전 장관은 3600만원 상당의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1992년 8월 노 관장에게 전달했다. 노 관장 측은 이 전 장관 부인도 동석했고, 이틀 뒤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내사 종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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