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가는 스포츠와 사랑에 빠졌다. 결과는 예측불허, ‘각본없는 드라마’의 세계가 예능 안으로 들어와 ‘스포츠 예능’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과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가 그것이다.
‘스포츠 예능’의 원조격은 15년 장수 프로그램인 KBS2 ‘출발 드림팀’이다. 일요일 오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건장한 청춘 스타들이 허들을 넘고, 높이뛰기를 했다. 다이빙도 하고, 레슬링도 했다. 장애물 경기가 큰 축을 이루지만 다양한 종목을 시도했다.
‘출발 드림팀’은 평균 7%대의 시청률을 유지한 장수 프로그램이지만, 현재 방송가에서 스포츠 예능의 주역이라 불릴 만한 프로그램은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 이수근 최강창민을 주축으로 다양한 스타들을 섭외해 생활체육인 동호회와 승부를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탁구, 볼링, 배드민턴이 주종목인 소박하고 담백한 스포츠 예능이다. 반응이 놀랍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방영 이후 생활체육인 동호회는 평균 20~30%, 볼링장 매출은 30~40%(국민생활체육회 집계) 늘었다.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 방송은 덕분에 생활체육협회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화려한 스포츠 예능도 등장했다.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다. 네덜란드에서 최초 방영된 이후 전세계 20개국으로 포맷이 수출된 글로벌 프로그램인 ‘스플래시’는 ‘스포츠 쇼’를 연상시키는 화려함, 높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은 ‘스플래시’는 무려 25명의 연예인이 출연해 물 속으로 점프한다. 지난 23일 첫방송 시청률은 8.5%(닐슨 코리아). 전작 ‘파이널 어드벤처’보다 5.2%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동시간대 절대강자인 ‘정글의 법칙’과는 불과 2% 포인트 격차다.
스포츠 예능이 인기를 얻는 것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 때문이다. 인위적인 설정을 만들고 캐릭터 구축에 급급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우후죽순 쏟아지며 지독한 승부의 세계를 보여준 오디션 프로그램, 사생활 폭로가 난무하는 ‘떼토크’ 예능이 지향했던 작위적인 웃음세계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스포츠 예능’의 매력으로 “한계와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과 “거짓없는 승부의 세계가 보여주는 진솔한 감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플래시’의 연출을 맡은 신정수 PD는 “시청자들은 더이상 가식적인 예능은 선호하지 않는다”며 “연예인들이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스포츠와의 만남에 있다. 스포츠 예능은 거짓과 술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있고, 땀의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생활체육과 다이빙, 각종 스포츠 경기에 임하는 스타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스플래시’의 경우 25명의 스타들은 이미 60일간의 훈련기간을 거쳤고, ‘예체능’에 출연하는 강호동 등의 스타들은 일주일에 평균 3일 이상은 훈련에 집중한다.
‘우리동네 예체능’ 담당자는 “출연자들의 경우 지방 촬영을 가게 되면 현지에서 코치진을 소개시켜 달라고 할 정도로 열성이다”며 “선수가 돼 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경기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량이 나날이 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주일 내내 연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이들의 ‘땀의 결과’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플래시’의 첫 방송에선 배우 임호가 다이빙 훈련 중 곳곳에 타박상을 입고 멍이 든 채 다이빙하는 생생한 모습이 펼쳐졌다. 레이디스 코드의 권리세는 피나는 연습으로 프로 선수 못지 않은 완벽한 다이빙을 선보여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셈이었다.
그 결과, 안방에는 이들의 도전이 보여주는 진한 감동이 따라온다. 제작진에 따르면 ‘우리동네 예체능’의 현장은 경기가 시작되면 누가 연예인인지 모를 만큼 집중하고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승부 한 번에 금세 울음바다가 된다”며 “현장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의 감동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스플래시’의 신정수 PD 역시 “다이빙은 공포가 극대화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려야하는 두려움이 동반한 스포츠다”며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출연자들의 또 하나의 과제다. 그것을 극복한 뒤에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희열과 눈물이 함께 찾아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거짓없는 휴먼드라마를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의 전망은 밝다. 신 PD는 “스포츠 예능은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의 한 형태로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며 “이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어드벤처 종목을 조사한 것 중에는 스키점프, 자전거, 스킨스쿠버, 스카이다이빙 등 다양한 종목이 있었다. 스포츠를 결합한 예능은 다양한 방송소재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스포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동기부여를 보여줘야 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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