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2회> 감추어진 승부 36
거성의 왕회장과 특별보좌관이 결론을 도출해내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어 뮬 개발 사업이 이미 여러 군데로 새나갔기 때문에 오히려 결판내기가 쉬웠다는 말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
“특보님의 뜻을 내가 거절한다면 어찌 되는 겁니까?”
“두 회사가 망하고 세 명이 죽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랠리 팀의 영내 통과를 거부하고 우리 대표님은 대선에서 실패하겠지요.”
“두 회사가 망하고 세 명이 죽다니요?”
“거성이 망하고, 유민그룹이 거덜나고, 귀사에서 출전시킨 랠리 선수 세 명이 N-Dos단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럼… 특보님의 뜻에 따르면?”
“한 회사가 망하고, 우리 대표님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시겠지요. 그리고 N-Dos 단원 두 명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랠리 팀이 북한 땅을 통과하는 게 그토록 큰 효과를 발휘하나요? 대선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요?”
“북풍이야말로 가장 큰 이슈지요.”
“그럼… 망하는 회사는?”
“유민그룹입니다. 유민그룹은 이미 회생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나는 에어 뮬 개발을 위해서 젊음을 바쳤습니다. 내 절친한 친구와 사막에서 사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성공을 코앞에 두고 포기해야 하다니 그 아쉬움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 여겨주십시오.”
망설임은 여기까지. 이왕 뜻을 굳혔으므로 두 사람은 세부적인 계획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특별보좌관의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가장 먼저 에어 뮬의 성공을 언론에 알리고 자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아직 2퍼센트 부족한 단계이긴 하지만, 일단 성공발표를 한 뒤에 북한의 반응부터 살피자는 수순이었다. 스텔스 기능을 발휘하는 신개념 비행자동차가 북한 땅을 달리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북한 당국에서는 보나 마나 랠리 카의 북한 영내 통과를 거부하겠지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고 협박도 불사할 겁니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행사이고, 또한 에어 뮬 개발 건도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에어 뮬 개발 포기를 지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어찌 되든 오히려 대표님에게 불리해지는 건 아닐까요?”
“바람을 잔뜩 일으킨 후에 세상이 잔뜩 시끄러워지면… 회장님께서 도마뱀처럼 꼬랑지를 잘라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의 시비가 절정에 달했을 때 에어 뮬 개발 중단을 선언해주시면 됩니다. 꼬랑지는 나중에 다시 자라날 수 있을 겁니다.”
“개발은 하되 군사적인 용도로는 쓰지 않겠다고 하면 안 될까요?”
“어차피 꼬랑지를 잘라내야 몸통이 살게 되는 법입니다, 회장님.”
“알겠습니다. 언제가 되었든… 꼬랑지를 잘라내야 할 때가 오면 내게 알려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일이 잘 되면 충분히 보상하겠습니다.”
둘은 이 말을 끝으로 헤어졌다. 하지만 왕회장은 잘한 짓인지, 잘못한 짓인지를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아들인 재벌2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천리 밖에 떨어져 있었지만 재벌2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수화기를 타고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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