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대중은 그를 ‘국민앵커’라 부르고, 스스로는 ‘찌라시 앵커’라고 말합니다. MBC의 간판앵커로 27년 3개월을 근무하다 파업 이후 고향을 떠납니다. 그가 다시 터를 잡은 곳은 CJ E&M.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를 통한 복귀였습니다. 그 무렵 최일구 앵커와의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최 앵커의 두 번째 방송 녹화가 진행되던 날이었죠. 이날 최 앵커에게 두 장의 명함을 받았습니다. ‘공허(空虛) 최일구’라고 적힌 MBC의 명함, 그리고 채널의 홍보 담당자로부터 최 앵커조차 처음으로 건네받은 CJ E&M의 명함. “인생은 월세 아니면 전세”라며 ‘인생 제2막’의 시작이라고 했던 최 앵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납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마음을 다진 출발이었죠. 그런데 최 앵커에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6일, 최 앵커가 연대보증을 섰다가 30억원대의 빚더미를 안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ㆍ오프라인은 떠들썩해졌습니다. 친형의 부동산,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인의 공장부지 매입사업 등에 대한 연대보증이랍니다. 최 앵커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4월 13일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고, 다음달 20일에 회생절차가 개시됐습니다. 그리고 26일 의정부지법에서 채권단이 모인 가운데 회생계획안이 논의됐고요.
사실 방송가에서는 최 앵커가 MBC를 퇴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경제적인 이유라는 겁니다.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에도 최 앵커는 파업 이후 힘들었던 생활에 대해 전했습니다. “지난해 2월 말부터 파업에 동참했는데, 한겨울에 시작해 한여름에 끝이 났어요. 파업 후에도 정직상태로 지내며 무직자처럼 노숙자처럼 왔다갔다 하고, 교육을 받았죠. 격리된 생활을 1년 넘게 했습니다.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외부 특강을 나간 것이 적발돼 정직 3개월도 받았고요. 비참했습니다.”
그리고 올 2월 MBC를 떠나게 됩니다. 스스로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찾은 곳에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시청자와 만났습니다. ‘SNL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 촌철살인 어록도 다시 한 번 써내려갔습니다. 간간히 ‘19금 코미디’에도 도전했고요. tvN에선 ‘최일구 카드’로 시사교양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도 엿보였습니다. 그의 이름을 건 ‘최일구의 끝장토론’도 준비 중이었죠. 그러다 이재현 CJ 회장의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그룹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최일구 카드를 앞세운 프로그램은 어그러졌습니다. 기자들을 불러 ‘치맥파티’를 겸한 제작발표회까지 진행했고, 첫방송 날짜를 5월29일로 잡아뒀는데 말이죠.
지금 최 앵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방송은 없습니다. 최근 ‘SNL코리아’에서도 하차가 결정됐습니다. tvN에서는“풍자를 줄이고 예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최일구 앵커도 하차하게 됐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시사풍자에 대한 관용적인 분위기가 덜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합니다.
최 앵커는 회생계획을 논의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CJ 수사의 역풍을 맞은 CJ E&M에는 아직까지도 최 앵커의 자리는 없습니다. 시사풍자에 최적화된 최 앵커 카드가 그룹의 위기와 함께 온 CJ E&M의 정치색을 빼려는 노력에는 부합하지 않게 된 상황인 겁니다.
최 앵커와 가까운 ‘SNL코리아’의 제작진은 상황이 맞물려 돌아간 그의 하차에 대해 “최 앵커의 개인적인 부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말 한 마디로 영향력과 파장이 큰 최 앵커의 이미지를 중화시키기 위해 안영미 씨와 함께 진행을 맡겼는데,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도리어 최 앵커의 기가 눌리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 채무관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공백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최 앵커의 복귀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CJ E&M 관계자는 “가을개편에서 새로운 교양 프로그램 신설을 계획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채널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최일구 앵커가 MC 물망에 올라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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