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1건 처리에 5000만원?!”

서울시의회 본관 1층 로비에 가면 구석에 서 있는 기계 하나를 볼 수 있다. 30초짜리 의회 홍보 동영상이 쉬지 않고 반복되는 걸 보면 의회 홍보간판인가 싶은데 자세히 보면 ‘신문고’다. 조선시대 억울한 백성들의 고발기구가 됐던 신문고의 서울시의회 버전이다. 북을 울려야 하는 수고로움 대신 손끝 터치와 음성인식이 가능하고 장애인 동선까지 고려한 최첨단 기기다. 최첨단에 걸맞게 이름도 신문고 대신 ‘키오스크(KIOSK)’라고 붙였다.

총 3대가 중책을 맡았다. 기기값(대당 1200만원)과 서버 및 소프트웨어 설치비(5920만원) 등 총 1억627만1000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의회는 “전국 지방의회 최초, 국회에도 없는 전자신문고를 설치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까지 불러 연출사진을 찍으며 대대적인 제막식도 연 바 있다.

하지만 운영 시작 반년, 키오스크식 소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억’소리 키오스크로 접수된 민원은 현재까지 단 2건에 불과하다. 현 상황으로만 보면 민원 1건당 5000만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하다던 키오스크는 그러나 오후 10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여기에다 키오스크 3대 중 1대는 공사 중인 의원회관 세미나실에 놓여 있다.

그래도 항의하는 시민 한 명 없다. 존재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불통(不通)도 아닌 무통(無通), 무관심(無關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내년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민원 접수처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키오스크까지 설치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없는 세금은 또 이렇게 낭비됐다. 1원 하나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할 의회는 파일저장고로 전락한 ‘의정포털’ 구축비(6억3793만6000원)와 호화청사 논란이 됐던 ‘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비(50억원)로도 60억원 가까운 혈세를 쏟았다.

시민을 위한 서비스라고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금 상태로라면 키오스크는 생색내기,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는다. 홍보에 힘써 지금보다 쓰임새를 키우든가, 아니면 더 늦지 않게 치우는 게 맞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