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어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실장은 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만나는 5자회담을 제안하는 브리핑에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비서실장이 한가지 발표를 드리겠다”는 말로 입을 뗐다.
5자회담이 대통령의 의지임을 강조하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탈권위주의 시대에 대통령을 ‘윗분’으로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극단적으로 북한이 중요한 발표를 내놓을 때마다 빼놓지 않는 “상부의 위임에 따라”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실장은 4일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직후 “대통령의 국정구상과 국정철학이 차질없이 구현되도록 미력이나마 성심성의껏 보필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용이야 나무랄 데 없었지만 ‘보필’은 전제주의 정치체제에서 신하가 왕을 돕는다는 전근대적인 색채가 강한 용어로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도 보필을 ‘도움’이나 ‘모심’으로 바꿔 사용해야하는 순화대상어로 지정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총리 후보 지명 직후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게 책임총리의 역할이라고 말해 한바탕 곤욕을 치룬 바 있다.
김 비서실장의 어법이 단순 말실수라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가 세를 떨치던 때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김 비서실장의 앞에는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왕(王)실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보좌가 아닌 보필에 머물러 있다면 올바른 직언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반기 인사파동이 잇따르고 여야의 대치국면에서 청와대의 정무조율 능력 부재가 드러난 것을 놓고, 세간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부 = 신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