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최근 적자경영을 이유로 임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했던 한국선급(KRㆍ회장 전영기)이 뒤로는 고액연봉의 부회장직제 신설을 강행해 의문을 사고 있다.
국내 유일의 선박검사 대행기관인 한국선급은 최근 조선경기의 장기불황을 이유로 전 임직원 연봉 5%와 사업성 예산 15%를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고액 연봉을 지출해야 하는 부회장직제 신설을 추진 중인 것이 알려져 조직 안팎에서 논란이 가중되고있는 실정이다. 부회장직제 신설을 추진하는 속내에 대해 관련 업계는 껄끄러워진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퇴임하는 고위 관료를 위한 자리를 만드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부회장직 후보로 중앙해심원 간부의 이름이 벌써부터 거론된 것도 이러한 의심을 증폭시켰다.
한국선급이 정부의 눈치를 보게된 계기는 올해 3월말 치뤄진 회장선거에서 비롯됐다. 당시 주성호 국토해양부 차관을 제치고 내부인사인 전영기 기술지원본부장이 선출되자 앞으로 있을지 모를 해양수산부의 보복(?)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굳히게된 계기도 있었다. 전영기 신임회장이 윤진숙 해수부 장관에게 취임인사를 하기 위해 4개월이나 기다려야했던 것은 해양수산부의 눈밖에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또 한국선급은 다음달 열리는 해양수산부 장관배 축구대회 주관 기관이었지만 해양수산부가 주관기관을 부산항만공사로 바꿔 버렸다.
이처럼 껄끄러워진 해양수산부와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울며겨자먹기로 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퇴임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대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20년전 부회장직제의 부작용이 심해 이를 폐지한 전례가 있다. 스스로 폐해가 있다고 인정해 없앴다가 이를 또다시 부활시키려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한국선급 관계자의 어설픈 변명도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직제 개편을 추진하다가 논란이 일자 갑작스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불편해진 해양수산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부회장 자리가 퇴임관료 자리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은 그저 변명으로만 들린다.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서 누구의 자리일지도 모를 부회장직제를 만드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걸 한국선급 경영진들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