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렸던 ‘2013 중장년 채용한마당’.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하고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13개 대기업들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183개에 이르는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참가했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고위급 인사까지 참가해 행사에 더욱 힘을 실어 줬습니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들의 재취업에 초점이 맞춰진 이날 행사는 시작 전부터 몰려든 참가자와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들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행사장 앞에는 잠시 후 있을 면접에 대비해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바로잡는 사람들부터 테이블에 앉아 가져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다시 체크해보는 사람들까지 행사장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중년의 신사’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한 뒤 얼마 되지않아 행사에 참가한 구직자와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행사의 운영이 당초 기획했던 의도와는 차이를 보이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구직자와 채용하는 업체간의 인식의 간극이 매우 큰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중장년층 채용한마당이란 말을 듣고 모인 구직자들의 다수는 베이비붐 세대인 50대 이상의 ’중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에서 20년 이상을 일하며 고위 관리자로 일하다 물러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이경우(54ㆍ경기 일산ㆍ가명) 씨는 LG와 현대 등에서 20여년간 일하다 지난 5월 권고사직의 형태로 퇴사했습니다. 이런 그는 비록 예전과 같은 환경은 아니라도 지금껏 쌓은 경험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득 안고 이번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가 얻어간 것은 실망 뿐이었습니다. 이 씨는 “회사 임원이나 중역 등의 높은 직책까지도 수행했던 50대에게 사원이나 대리급의 실무자만 뽑는 행사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나이에 관계없이 인력을 충원하는 직종은 청소나 경비직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어 “중년이 지원할 만한 일자리는 거의 찾기 힘든데 이게 무슨 중장년 채용한마당인가”라고 말하고는 이내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 씨 뿐만이 아닙니다. 기자와 만난 다수의 50~60대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일자리와는 너무 간극이 크다며 실망감을 털어 놓았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 면접 신청을 한 뒤 참가했다는 송중근(53ㆍ서울 은평ㆍ가명) 씨도 “대부분의 일자리에 40대 중반까지 나이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고, 지원 가능한 직급이 너무 낮거나 월급이 너무 적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습니다. 수십년간 대기업 등에서 더 높은 직급에서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며 일해왔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베이비부머들을 채용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아성프라텍 관계자는 “3~5년 정도의 경력사원을 뽑으려 이 자리에 참석했다”라며 “이번에 고용할 직책도 사원이나 대리, 또는 과장 정도의 중간 관리층인 경우가 많은데 너무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분들은 적정 수준의 연봉도 맞추기 힘들 뿐만아니라 젊고 경력이 짧은 상관과 부딪힐 수 있어 뽑기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협력업체의 관계자 역시 “이전에도 50대 이상의 구직자분들이 연봉이나 직급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해 뽑았지만 결국에는 내부 충돌이 생겼던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인생을 보다 활기차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베이비부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한 이번 행사는 더 활기찬 ‘100세 시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사의 의도와 목적을 업체와 참가자들에게 정확하게 인지 시키는 등의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해 참가자와 업체간의 ‘일자리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 ‘보여주기’식의 행사에 머물수도 있다는 한계점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서주석 한국표준협회 인적자원본부 전문위원은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적절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고 있는 서주석 한국표준협회 인적자원본부 전문위원은 대규모의 행사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에 앞서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베이비부머들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50대 이상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기업들이 개발하고 이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됐을 때 이런 행사도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