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 감추어진 승부 (7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등에 사는 큰 부자들은 생각하는 방식부터가 우리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돈을 쓰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술적으로 낭비 할지를 궁리했던 모양이다. 19세기 말부터 특히 미국의 큰 부자들은 유럽 귀족의 거대한 성을 모방하여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돌멩이 하나까지 핸드메이드 제품, 그 엄청난 저택에 쓰인 돌이나 벽돌마저도 모두 장인들을 시켜 손으로 다듬어 썼으며, 그렇게 지은 집은 길에서 1~2킬로미터나 안으로 깊숙이 들어서 있어서 일반 사람들은 존재여부 조차 몰랐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대치동, 혹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산다는 성북동, 삼청동 등등 어디를 둘러봐도 규모나 크기에 놀라 뒤로 자빠질만한 저택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해변, 롱아일랜드 주변 등에는 항공모함이 정박한 것 같은 저택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애쉬빌에 있는 ‘빌트모어 에스테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큰 저택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의 개수만 255개라고 하니 식구끼리 술래잡기라도 하려면 군 수색대를 동원해야 할 정도일 것이다.

‘움라우트 패튼’의 집에 수영장도 있겠지?‘

병아리 가죽으로 된 노란색 비키니 차림으로 촬영에 응하면서도 강유리는 이런 생각에만 젖어있었다. 예원희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카메라 렌즈는 언제나 강유리의 늘씬한 종아리를 축으로 해서 열려있었다. 시옷 자로 쭉 뻗어 내린 가랑이 사이에 사막 풍경이 담기는 구도였다.

헤럴드 경제 연재소설 <알리바바 傳> 848회;세계 갑부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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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헬스장도 있을 걸? 어쩌면 뒷마당에 테니스 코트가 마련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 양반이야말로 엄청난 갑부니까.’

명품 자동차 지붕 위에 골프공을 올려놓고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순간에도 오로지 이런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미국 부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걱정하는… 무지의 소치였다.

현재 미국 내에는 면적이 5,000 평방피트를 넘어서는 대 저택이 전체 주택 착공 건수의 2%를 넘어서고 있다는데, ‘스티븐 코언’이라는 자의 집에는 유리지붕으로 덮인 실내 수영장을 비롯해서, 실내 농구장, 실내 아이스링크까지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또한 ‘척&라이틀’부부가 사는 저택에는 바닷물을 직접 끌어들인 수영장을 비롯해서 볼링장, 암실영화관, 도난방지 철문을 갖춘 작품보관실, 엄청난 규모의 수족관, 이동식 보도가 갖춰지고 길이만 1km가 넘는 옷장, 자동차 19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 등이 설비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과연 놀랍지 않은가?

‘물론 별장도 있겠지?’

강유리의 생각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별장이라고? 그녀는 기껏해야 야외 나들이를 하면서 보았던, 북한강, 혹은 남한강 주변에 아담하게 지어진 별장을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무지의 소산일 뿐이었다. 미국에는 시가 수천 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별장도 수없이 많다는데…

그런 별장에는 개인 명의로 된 호수도 있고, 남방식물을 기르는 온실도 있으며 승마를 위한 마구간은 물론, 헬스장, 요트를 보관하는 미니 항구, 선착장… 가만히 듣다보면 열 받을 정도로 호화로운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별장이지.

“유리 언니, 좀 활짝 웃으라요. 와 고롷게 상판을 찌그리고 있습네까? 자본주의 산물들을 발바닥으로 짓뭉개는 일이 신나지 않습네까?”

예원희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사실 지금 촬영하는 장면에는 모순이 많았다. 명품 차를 발로 짓뭉개면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컨셉이 그다지 흔쾌하지는 않았는데… 어쩌랴, 요구는 많고, 몸은 하나고… HY 훌 푸드 신희영 회장의 요구와 예원희의 요구를 동시에 들어주자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아하, 그렇지. 신희영 회장의 부탁을 잊을 뻔 했군.

“내 아들 유호성이 골프선수의 화려한 모습에 감동할 수 있도록 쇼를 벌여 달라고요.”

이렇게 부탁하던 신희영 회장을 떠올리고서야 강유리는 저 멀리 유호성 쪽을 바라보았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