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1> 감추어진 승부 (6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음습한 분위기가 흐르는 동파만신원, 그 중에서도 하필이면 거세를 상징하는 벽화 아래에서… 강준호는 급기야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해괴망측한 일이었다. 아무리 주변 분위기가 음산하다 할지라도 지금은 남녀 간에 상열지사를 벌이는 순간 아니었던가? 그런 경우 대부분은 여자 쪽에서 먼저 은근히 교성을 질러야 마땅한 법인데…
“아으, 아으… 아프다, 아파!”
머리를 좌우로 도리질 치며 강준호가 먼저 우악스럽게 비명을 질러댔던 것이다. 불 막대기로 곤장을 두드려 맞아 데이고 헤진 엉덩이를 손톱으로 할퀴어대니 어찌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을까.
엉덩이가 뜨끈해지자 강준호는 반사적으로 사타구니를 앞으로 밀어붙였다. 뒤가 뜨거우니 몸을 급격히 앞으로 내미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서로 벗은 몸을 맞대고 있던 상태에서 급격히 사타구니를 밀어붙이니 지겟작대기에 온 힘이 쏠리는 것도 당연지사. 그러나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무드도 잡기 전에 급격히 지겟작대기부터 들이대니 기겁을 할 수밖에.
“오우, 갓 뗌!”
욕이 터져 나왔다. 이를테면 오지게 아프다는 표현이었는데… 그럴수록 나시 족 처녀 역시 반사작용으로 엉덩이를 더 세게 할퀼 수밖에 없었다. 고통과 비명과 욕지거리가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고, 아야!”
이건… 왜 아픈 엉덩이를 할퀴는 거냐? 제발 살려주라는 뜻이 담긴 국제 공용어였다. 나시 족 말을 모르니 어쩌라고?
“@#%^&&%… 솃, 갓 뗌!”
이건, 아이고 제발 천천히… 무드 좀 잡아가면서 들이 밀라는 뜻의 국제공용어였다. 구약시절, 바벨탑 공사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로부터 외국인들끼리 벌이는 상열지사에서 어쩌면 숱하게 남발되었을 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아이고, 아악! 갓 뗌. 아악, 솃, 악, 뗌, 뗌, 뗌…”
이건… 그런 와중에서도 엉덩이를 더욱 깊이 할퀴고, 그러니 지겟작대기를 더욱 세게 들이 밀고, 그러면 통증이 증가되어 더욱 세게 할퀴고, 더 세게 밀어 넣고… 그럴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하는 상황에서 나시 족 처녀와 강준호가 동시에 질러대는 욕과 비명소리가 동파만신원에 메아리치는 소리였다.
‘아니, 그토록 대단한 거야? 천하의 바람둥이 강 프로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이건,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저하고만 있던 3류 감독이 제 나름대로 요상한 추측을 하며 혼잣말로 감탄하는 소리였다. 천하의 강준호가 상열지사를 벌이며 저토록 우렁찬 교성을 지르는 모습에 그는 덩달아 회가 동했다.
“자, 아가씨… 우리도!”
그러기에 친구를 잘 사귀라고 했던가? 곤장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3류 감독도 은근히 또 다른 나시 족 아가씨 옆으로 다가서서 어깨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상열지사를 함께 훔쳐보던 그 아가씨는 3류 감독을 곁눈질하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웃어? 찬성한다는 소리지?”
3류 감독은 상열지사의 공식대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어 풀밭 위에 곱게 눕혔다. 날이 흐렸던가? 아니면 둥근 달이 떴던가? 애초부터 그런 건 상관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둠에 짙게 잠겨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만한 동파만신원의 분위기가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
“악! 갓 뗌! 악, 악! 악!”
교성인지 괴성인지 가늠할 수 없는… 소프라노와 베이스 톤이 꽈배기처럼 얽힌 목소리가 메아리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음악회에 합세하기로 마음먹은 3류 감독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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