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드디어 우리 후보께서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오늘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가뿐히 상대를 제치고 63퍼센트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충분히 당선되실 수 있는 수치입니다.”
“그럼 야당 상대는? 상대는 몇 프로야?”
“고작 32프로입니다.”
“됐어, 이제야 우리의 대북정책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는 군.”
전화보고를 받은 특별보좌관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그는 이 사실을 혼자 마음속에만 간직할 수 없었다. 그는 방금 내려놓은 전화기를 들어 거성의 재벌 2세를 찾았다.
“아! 특보님이십니까? 저도 방금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역시 회장께서도 소식통이 빠르군요.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여세를 몰아서 마지막 깃발을 쟁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가 기획하고 추진한 랠리 팀이 사흘 뒤면 줄줄이 북한 땅을 누비게 되었다는 소식에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 더 이상 악질적인 꼬투리를 잡지 않고 랠리 팀을 받아들인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특보 님?”
거성의 재벌 2세와 여당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관은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한동안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의 대화는 자못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랠리 팀이 곧 북한으로 입성한다는 소식에 많은 표를 얻긴 했지만, 사실 북한 당국에서는 마지막까지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평양 인근에 국제규모의 골프장을 무려 세 군데나 더 지어달란다 이 말씀이지요? 하나에 2천 억 씩만 잡아도 6천 억 원이 들어가는데… 거 참.”
“그러기에 말입니다. 북한 당국자들 간에 경쟁이 생겨난 모양입니다. 인민무력부 공지호 부부장과 당 중앙 군사위원회 곽승철 위원이란 사람이 랠리 경기에 대적해서 느닷없이 골프바람을 일으킨 것이 그 원인이라네요. 아무리 천하의 거성이라 해도 6천 억 원이란 거금을 즉시 마련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그런 돈을 끌어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특보 님, 무슨 묘안 좀 없을까요?”
돌이켜보자면 이 모든 일의 책임은 대선주자와 거성그룹에게 골고루 나뉘어져 있었다. 애초에 대선 주자가 대 북한 정책을 히든카드로 들고 나섰을 때, 북한 당국자들 간에 알력이 생겨나지 않았던가. 북한의 6사단장이 주축이 되어 랠리 경기를 추진하자, 당 간부서열에서 뒤처진 도형철이 골프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대적했는데… 그 두 편 모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생겨났다는 말이다.
“도대체 곽승철 위원과 공지호 부부장이란 사람이 어떤 작자들입니까? 그들이 어째서 골프에 미쳐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게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서…”
혹시 여러분들께서는 곽승철과 공지호를 기억하고 계시는지? 그들이야말로 도형철의 꾐에 빠져 프랑스에 있는 라제니 누드골프장까지 찾아가 홀딱 벗고 생 쇼를 했던 인물들 아니었던가. 인물 빼어나기로 소문 난 평양 연예단원 중에서도 곡예사 출신들로 꾸며진 파트너들, 기억컨대 빨간 모자와 노랑 모자를 쓴 에미나이들과 누드골프를 벌인 그 작자들!
그들이 누드골프를 마치고 요란스럽게 벌였던 또 다른 누드쇼는 가관이지 않았던가. 공지호 부부장을 벽에 세워놓고 바람개비 섹스를 벌이던 노랑 모자 에미나이, 홀랑 벗은 곽승철 위원 앞에서 불 쇼를 벌이다가 곽승철의 잔털을 홀랑 태워버린 빨간 모자 에미나이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런 일탈 후에 곽승철, 공지호가 골프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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