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의료인 폭행방지법’이 국회서 계류돼 미궁에 빠진 가운데 의료인이 환자로부터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는 사건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소재 G산부인과 원장 A 씨는 최근 환자 가족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 씨는 고소장에서 “지난달 8일 산모가 분만과정에서 출혈을 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고, 보호자의 동의하에 종합병원에서 자궁적출을 했다”면서 “하지만 이후 산모 남편 B 씨는 산부인과의 의료과실이라며 보상금 5억원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이달 11일 B 씨 등 남성 20여명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불을 지르겠다’는 등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 B 씨 등 피고소인 10여명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2월 의협(대한의사협회)신문이 의사 회원 4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1%가 의사ㆍ간호사ㆍ직원에 대한 폭행이나 기물파손 등 진료실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또 최근 5년간 진료 관련 폭행으로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의사가 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응급실 내 폭력도 심각하다. 대한응급의학회가 2011년 응급실 전문의 3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7%가 폭언을, 50%가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의료인 폭행방지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됐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이달 7일,18일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폭행ㆍ협박 행위를 더 이상 두고봐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관 내 폭행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