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50년, 강우석의 20년, 봉준호와 박찬욱의 10년’.

한국영화가 사상최고의 흥행성적을 내며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계기들을 되새기는 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를 ‘요약’하는 행사들이다.

가장 가깝게는 2003년이 한국영화의 10년 후 황금기를 예고한 해로 꼽힐만하다. 봉준호와 박찬욱, 김지운 등 전세계 영화계에서 ‘스타’로 떠오른 ‘국가대표급 감독’들이 한국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걸작’들을 내놓은 해다. 한국영화의 ‘뉴 웨이브’(새로운 흐름)의 폭발력을 대중적ㆍ상업적으로도 처음 확인한 때다.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김지운의 ‘장화, 홍련’,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그해 개봉했다. 지난달 29일엔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인 차승재 전 싸이더스 대표를 비롯해 배우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살인의 추억’의 개봉 10주년 상영회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다. ‘장화, 홍련’ 개봉 10주년 행사 역시 지난 8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마련됐다. 10년전 개봉일과 같은 오는 21일엔 ‘올드보이’가 디지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공교롭게 박찬욱(‘스토커’), 김지운(‘라스트 스탠드’), 봉준호(‘설국열차’)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및 글로벌 무대를 타깃으로 한 영어영화가 올해 차례로 선을 보였으니 이들의 10년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2003년 12월엔 한국영화사에서 최초로 1000만 시대를 연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도 개봉했다. 올해는 ‘실미도’의 개봉 10주년일 뿐 아니라 한국영화사의 새 장을 연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다. 시네마서비스는 강 감독의 작품 뿐 아니라 임권택, 이창동, 이명세 등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감독의 영화를 내놓았으며 류승완, 장진, 김대승 등 수많은 후배들을 데뷔시키거나 흥행감독으로 발돋움하게 한 한국영화의 산실이었다. 외화의 직배가 허용되고 삼성 대우 등이 진출했다 퇴각했으며, 다시 현재와 같은 대기업계열 영화사의 투자배급 지배구조가 형성된 지난 20년간 시네마서비스는 한국영화 토종 자본의 독립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강우석의 시네마서비스 20년을 기념하는 자리는 영국 런던에서 마련됐다. 주영한국문화원 주최로 지난 7일 개막해 15일 폐막한 제 8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 강우석 감독 회고전이 열렸다. 강 감독의 대표작인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공공의 적1-1 강철중’ ‘이끼’ ‘전설의 주먹’ 등 6편이 상영됐다.

지난해 런던한국영화제 회고전의 주인공은 임권택 감독이었다. 임 감독은 지난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해 지난해 5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를 기념해 그의 작품 101편 중 현재 필름이 남아있는 작품을 끌어모아 70여편을 상영하는 ‘전작 회고전’을 열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인생 50여년은 한국영화의 정신이자 뿌리이며 역사다. 강우석의 시네마서비스 20년은 곧 산업화시대의 한국영화사다. 박찬욱과 봉준호의 지난 10년은 멀티플렉스 시대, 글로벌 감각과 작가 의식을 가진 젊은 세대가 열어제낀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의미한다. 그 물줄기가 만나 2013년 한국영화사의 전성기를 꽃피운 것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