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은 화두를 던진다. 하루 세 끼 식사(‘끼니반란’)과 세균 결핍 시대의 맹점(‘99.9% 살균의 함정’)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SNS시대의 위험성(‘감시사회’)을 묻고, 합리적인 ‘생각의 전환’을 유도한다. 먹고 입고 자는 ‘실용적 일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화가 단절된 위기의 가족(‘무언가족’)과 학교폭력의 양극단에 선 학생들(‘학교의 눈물’)을 한 울타리 안에서 조명하고, 시대가 바라는 리더상(‘리더의 조건’)을 되묻는다. 한 나라를 넘어 인류의 공포가 된 후쿠시마 방사능(‘죽음의 습격자, 후쿠시마발 방사능 공포’)과 내내 침묵했던 4대강 사업(‘물은 누구의 것인가-4대강의 반격’)도 다시 꺼내들었다.
‘SBS스페셜’은 사실 후발주자다. 2005년 출발해 매주 일요일 밤 11시15분에 방영 중인 3사 다큐 중 막내이지만, 현재는 방송다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올 한 해 성과가 만만치 않다. 2013년 한 해 평균 5.9%(닐슨코리아 집계)ㆍ최고 10.4%(‘끼니반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송다큐로는 전례없는 팬덤도 형성 중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SBS스페셜’ 제작진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시지이되 새로운 주제를 전달한다(박기홍 CP)”는 가치와 “독특한 연출장치를 통한 형식의 변주(강범석 PD)”를 프로그램의 강점으로 꼽는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완성되기까지 프로그램의 PD들은 ‘백조의 삶’을 산다. 10명의 PD가 3~4개월에 한 번씩 연출을 맡아 기획 1개월→취재 2개월→편집ㆍ후반작업 1개월의 시간을 갖는다. PD들에게 참신한 아이템 하나를 찾아 기획까지 돌입하는 한 달은 ‘산고의 계절’과도 같지만, 그 덕에 프로그램은 매번 참신하고 다양해진다.
‘무엇(WHAT)’을 말할지를 결정한 이후엔 ‘어떻게(HOW)’가 문제다. 제작진은 치밀한 취재를 통한 사실에 입각한 논리전개를 중시하지만, 이것만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 수 없다고 말한다. 광범위한 취재내용을 제한된 시간 안에 전달하기 위해 ‘보편적 시각’의 확보가 필수고, ‘현학적인 접근’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최후의 제국’과 ‘리더의 조건’ 편은 각각 99%를 위한 자본주의의 필요성과 상생을 위한 리더상을 제시하며 전문가 집단의 인터뷰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무언가족’과 ‘학교의 눈물’은 ‘하얀방’과 ‘소나기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하고 ‘소통’을 이야기했다. 10일 방송된 ‘학교의 도전, 포기할 아이는 없다’ 편에선 경기도 일대의 혁신학교 사례를 통해 성적 지상주의로 무너진 교실의 희망을 찾아봤다. “기존 다큐멘터리의 제작방식과는 차별화된 형식이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강범석 PD ‘무언가족’)”는 믿음이 가져온 연출상의 기법이다.
특히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전체를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의 구성과 번역투의 문장, 어려운 한자어는 줄이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도 ‘SBS스페셜’이 젊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이에 다큐멘터리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인식은 단번에 깨졌다. 2040세대를 주타깃층으로 삼은 덕에 젊고 감각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제작진이 내용 못지 않게 ‘영상과 소리’를 중시하는 양향도 크다. 프로그램에선 사례 실험은 물론 해외촬영도 상당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의 촬영을 위해 헬리캠을 동원하고, 체코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배경음악을 맡기기도 한다. 이병헌 이효리 김C 등은 ‘SBS스페셜’ 내레이션의 단골손님이다. 보통의 방송다큐가 회당 2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에 이르지만, ‘SBS스페셜’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6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SBS스페셜’이 궁극적으로 중시하는 가치는 ‘메시지의 전달’이다. 박기홍 SBS 시사다큐 팀장은 “시청자들이 목말라하는 소재가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는 방송은 퇴보한다”며 “단편정보나 지식의 전달보다는 의미를 생각하고, 극소수의 열광보다는 여러 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SBS스페셜’의 지향점이다”고 설명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화두를 던져 동시대 사람들과 호흡”하고 “시청자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장을 마련하는,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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