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종시는 서울 톨게이트에서 차로 달려 1시간 30분 거리였다. 대전보다 30㎞ 가량 북쪽에 있어 생각보다 접근성이 양호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풍세IC에서 나오니 요금이 4000원. 대전에 비해 톨게이트비가 저렴하다 했더니 “앞으로 통과해야 할 민자 고속도로 하나가 더 남았다”며 통행권을 하나 더 준다. 다시 정안IC를 통과하니 추가 요금이 2700원. 왕복 톨게이트 비용만 1만3400원에 달한다.
조금 더 달리자 정부세종청사의 거대한 위용이 드러났다. 어마어마한 부지 위에 넓게 들어선 청사 모습이 장관이다.대형 공사가 여전히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청사 주변으로는 아파트단지 숲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세종시 ‘미친’ 전셋값 실태 점검을 위해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번화가가 형성된 세종시 첫마을 한솔동으로 향했다. 첫마을은 세종시의 시범단지라 보면 된다. 세종시의 모든 인프라, 주택단지 등이 첫마을 수준 이상으로 설계되고 건축된다. 첫마을은 신도시다운 분위기가 흠뻑 묻어났다. 깨끗한 거리, 정돈된 차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생한 활력이 느껴졌다.
현재 세종시 전셋값은 전용면적 기준 59㎡형 아파트가 1억7000만원~1억9000만원대, 84㎡형은 2억~2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세종시 첫마을 분양가가 59㎡형 1억5000만원대, 84㎡형 2억20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전셋값은 이미 분양가를 추월한 셈이 된다. 매매가도 만만치않게 올랐다. 첫마을 59㎡형 매물은 2억3000만원, 84㎡형 매물은 2억8500만원에 나와 있어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59㎡는 8000만원, 84㎡는 65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었다.
세종시 첫마을 W공인 관계자는 “세종시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넘었다는 언론 보도는 첫마을 분양가 대비 현재 전셋값을 비교한 것”이라며 “올 연말 공무원 이전이 예정돼 있는데 아파트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이세요?”하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자 “현재 입주 가능한 물량은 소량밖에 없어 당장 물량을 잡아놓지 않으면 휙휙 나간다. 공무원 아니고 급하지 않다면 내년과 내후년 입주물량이 풍성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쯤에는 지금보다 전셋값이 좀 더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114(www.r114.com)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3438가구로 올 연말 이전해올 공무원 수요 5600여명에 비하면 태부족이다. 그러나 내년 입주물량 1만4681가구, 내후년 입주물량 1만6346가구가 뒤를 받치고 있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이상 전셋값 급등 현상은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첫마을 S공인 관계자는 전셋값 급등 원인으로 수급불균형과 함께 공무원들이 처한 어정쩡한 상황을 꼽았다. 서울 집을 팔고 세종시로 이주할 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 일단 당분간은 전세를 얻어 분위기를 봐가며 세종 이주를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 첫마을 T공인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의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신도시가 형성되면 그 중에서도 더 살기 좋은 아파트, 선호되는 아파트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아직까지는 어디가 더 낫다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2년 정도 전세로 살아본 후에 괜찮은 아파트 단지를 매수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전셋값 급등 현상에 대해 서울 등 여타 지역에서 나타나는 전셋값 상승 현상과는 다른 특수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 ‘세종 불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셋값 급등 현상마저 나타난 데 따른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 전셋값 급등은 집값이 너무 비싸 떨어질거라는 전망 속에 매수를 기피하며 나온 현상인 반면, 세종에서는 일단 전세로 거주하면서 자녀 교육문제, 서울 집 처리 문제, 세종시 선호단지 등을 파악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가가 현재 시세는 아니므로 전셋값이 분양가를 충분히 넘을 수 있다”며 “현재 입주 초기여서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급등 현상이 나타났으나 아직 세종에서는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