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56회> 감추어진 승부 80
한편 신희영과 박박진진이 티베트의 ‘공가공항’에 착륙하던 무렵, 신비스러운 도시 ‘라사’의 중심부, 그 중에서도 인민병원 앞길은 순식간에 구경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인근 도시 ‘세라’로 가기 위해 5번 미니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본 치누크 헬기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착륙하자 일단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이 코앞에서 마주보게 된 치누크 헬기는 날아다니는 공룡과 같았다. 엄청난 크기의 쇳덩이가 콧김을 쉭쉭- 뿜더니 뱃가죽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걸어 내리는 모습이야말로 근래에 보기 어려운 영화장면이었을 것이다.
모두들 어디에 틀어박혀 있었을까? 벽돌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과 쥬니퍼 향로에 지필 막대 향을 손에 쥔 순례자들도 웬 난리가 났는지 구경삼아 모여들었다. 원래 구경꾼들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묻게 마련이다. 서로가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지만 치누크 헬기가 어째서 인민병원 앞길에 내려앉았으며, 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째서 전투기가 병원 앞에 내렸대요?”
“나도 몰라유. 그리고… 저게 워째서 전투기유? 저건 수송대 군인들이 타는 헬리꼬푸타유. 뭘 알고 얘길 하셔야지.”
“똥이나 된장이나, 군인이 탔으면 전투기지 뭐. 저길 봐요. 군인들이 포로로 잡혀서 끌려 내려오잖소?”
영화를 너무 많이들 봤나? 티베트 사람들은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떠들고 있었다. 마침 치누크 헬기에서는 모리타니아 병사들부터 걸어 내려오고 있었는데, 더운 사막 날씨 때문에 군복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이었으니… 잡혀온 해적 포로쯤으로 여기기 십상이었다.
“내가 방금 물어보고 왔는데… 저 놈들 혼쭐을 내야 해요. 생긴 건 말짱한 것들이 글쎄 동성연애자들이랍니다. 백주대낮에 길바닥에서 찰떡처럼 끌어안고 있다가 잡혀왔대요. 내 저눔덜을 그냥!”
풍부하게 간직된 불교문화유산 속에서 살아오던 티베트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니 열불이 뻗칠 수밖에. 잠시 두리번두리번, 웅성웅성, 시끌벅적 하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리타니아 군인들을 향해 예라! 주먹감자를 먹이거나 그쪽을 향해 코를 풀어댔다.
병사들 뒤를 따라 내리던 유호성과 현성애도 덩달아 봉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왜 여기까지 끌려온 것인지, 어째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으며, 어째서 욕을 하거나 코를 풀어대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하긴… 잠시 졸다가 깨어난 기억밖에 없는데 어쩐 일로 둘이 윗도리를 풀어헤친 채로 끌어안고 있었는지부터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쟤들 왜 저래요? 근데 여기가 어디지요?”
“낸들 아나요?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생겼나본데… 도무지 서로 말이 통해야 물어보기라도 하지 원.”
“어머나! 병원이에요. 우릴 치료하려나 봐요.”
“병원? 치료? 그럼 우리가 쩨쩨파리에 물렸었나요? 쩨쩨파리에 물리면 꼴까닥 잠이 든다면서요?”
“아! 그런가보다. 쩨쩨파리!”
유호성과 현성애는 이렇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들이 속삭이는 모습도 구호요원들의 눈에는 실성한 스님이 비 오는 날 염불하는 모습과 같아 보였다. 그러니 어쩔까? 더욱더 어김없이 병원으로 직행!
유호성과 현성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인민병원 6인용 병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랠리 주최 측과 선수들 간에 맺은 보험계약 때문이었다. 랠리 경기 도중에 질병이나 사고가 생기면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능한 한 빨리 후송하기로 약조하고 서명 쓱싹, 도장 꽈당! 찍은 사실을 그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인데,
그러고 보니 사막의 사고지점과 티베트 라사의 인민병원은 직선 상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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