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부도 손댔지만 결국 실패로 노무현 정부만 ‘철도의 공사화’ 일단락

日, 천문학적 적자에 1987년 민영화 英도 1994년 개혁 여객 24개社 운영 법·원칙지키며 여론지지 얻어 성공 공기업 바로 세우기 ‘국민’이 열쇠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타협의 길도 보이지 않는다. 양쪽의 ‘힘의 대결’만 남았다. 국민을 볼모로 잡은 싸움인 만큼 결론이 빨리 나올수록 좋지만 현재 상황으로선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4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확고한 의지를 표하는 것 이상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날(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ㆍ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전 세계가 걸어온 철도개혁의 길=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코레일 개혁이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전체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코레일 같이 여론의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을 꺾어 공기업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키겠다는 판단인 듯 보인다. 더욱이 코레일은 방만경영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지목된 곳이다.

철도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진통은 산업화의 길을 걸어온 선진국 대부분이 겪은 일이다. 1987년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은 국철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쌓이자 민영화를 단행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JR 히가시니혼(東日本), JR 니시니혼(西日本), JR 도카이(東海) 등 여러개의 회사가 각각의 신칸센을 운영하고 있다. 전철도 공영, 시영, 민영 등 무수히 많은 운영주체로 나뉘어 있다. 그 결과 일본 철도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물론 운임도 크게 올랐다. 신칸센의 경우 국내 항공요금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

영국도 1994년 민영화해 현재 여객 24개사, 화물 6개사가 운영 중이다. 구(舊)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철도의 운영독점권이 깨지고 있다.

▶역대 정권과는 다른 박근혜 정부=정부는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이 곧 민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믿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단지 코레일 내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경영 합리화ㆍ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민영화의 전단계라며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정권의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철도개혁 또는 민영화를 추진했다. 김영삼정부 때는 정부 기관이던 철도청의 공사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김대중정부는 철도의 민영화를 공식화했으나 무산됐다. 노무현정부는 ‘철도의 공사화’까지만 성공했다.

수서발 KTX에 대한 민간사업자 선정 계획이 수립된 것은 지난 2011년 이명박정부 때다. 현재 박근혜정부는 수서발 KTX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코레일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 역시 민영화의 전단계라며 사상 최장 기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충분한 설득과 여론이 성패 좌우=영국, 일본 등 철도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지도자가 법과 원칙을 지켜가면서도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그랬고,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철도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 일본은 통신, 철도, 담배 등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를 했고 국민과 노조를 설득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며 “공기업 개혁의 성패가 국민의 생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철도노조가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고자 한다’고 국민이 생각한다면 노조 역시 오래 버티기 어렵다”며 “간단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공기업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창훈ㆍ하남현 기자/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