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8>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부부장 동지, 이제 우린 살았소!”
“드디어 소식이 왔습네까? 그토록 목메어 기다리던 소식이?”
“방금 경리단 국제구좌로 거금이 입금되었단 보고를 들었소이다. 크라식 카를 이끄는 무리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켰단 말입네다.”
“정말 다행입네다. 하마터면 숙청당해서 아오지 물을 먹을 뻔 했디요. 도형철 동무에게도 축하 소식을 전해야 하갔습네다.”
“그래야디. 축하 소식도 전하고… 이왕이면 서커스단 에미나이들과 꼴푸라도 한 번 더 칠 수 있도록 주선해 보기요.”
“카~ 그거 좋은 생각입네다. 지금도 꿈만 꾸면 불란서 라제니 꼴푸장에서 벌거벗고 노닐던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난단 말이디요.”
인민무력부 공지호 부부장과 당 중앙위원회 곽승철 위원은 이미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앞으로 서너 시간 후면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 압록강대교 위로 세계 각국의 랠리 카들이 줄줄이 들어올 판인데 아직도 입금 소식이 감감하던 차라 심히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거금은 움라우트 패튼이 회장으로 있는 클래식 카 동호회에서 입금시킨 것이었다. 움라우트 패튼은 거금을 북한당국에 지원하는 대가로 클래식 카 행렬이 북한 영토를 지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공지호 부부장과 곽승철 위원은 그 거금을 입금하기 위한 명분으로 ‘북한 내 골프 활성화’를 제안했던 것이다. 움라우트 패튼 회장으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클래식 카퍼레이드와 골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인데 카퍼레이드를 위한 지원금의 명분을 골프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해달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였지만 움라우트 패튼은 순순히 그들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전혀 생뚱맞은 요구도 아니었다. 원래 클래식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로 한 까닭이 자기가 첫눈에 반한 강유리 선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녀는 공교롭게도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골프 쇼를 함께 병행하고 싶다고 소원하지 않았던가. 찰떡궁합이라고, 사랑하는 여인의 소원과 북한 당국자들의 요구가 찰떡 달라붙듯이 딱 맞아떨어졌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좋아요, 유리 양. 이왕이면 우리 클래식 카퍼레이드를 앞에 내세워서 노스 코리아에 지원하길 바랐지만… 당신 소원이 그렇다면 내가 양보하겠소. 까짓 거 아무러면 어떻소? 그 대신 골프 쇼나 멋지게 연출해 줘요.”
움라우트 패튼 회장은 흔쾌히 수락했고, 그 대가로 강유리는 그의 볼에 세 차례나 연거푸 키스 세례를 퍼부어주었던 것이 엊그제의 일이었다.
하지만 인민무력부 공지호 부부장과 당 중앙위원회 곽승철 위원은 이 모든 쾌거가 도형철의 수양딸 예원희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언젠가 양각도 호텔 외국인 전용식당에서 사진을 통해 보았던 그녀의 위상은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았던가.
“부부장 동지, 그런데 말이외다… 우리가 아오지로 끌려가지 않게 된 것은 천만 다행이오만, 이번 일로 도형철 동무의 당 서열이 급상승이라도 하면 어쩌디요?”
“음… 나도 그 생각을 했소. 지금 도형철 동무 당 서열이 33위던가요? 그 동무가 라이벌로 여기는 제6 사단장이 그보다 조금 높은 서열이디요? 허허허, 재미있습네다. 그 두 사람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꼴이.”
“재미만 있다면 좋은데… 혹시 말입네다. 위원장 동지께서 이번 일로 매우 흡족해 하신다고 들었습네다. 만약에 도형철 동무의 서열이 훌쩍 뛰어올라서 우리보다 높아진다면 그땐 어쩌갔습네까?”
곽승철 위원이 걱정하는 모습에 공지호 부부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게 된다면 눈꼴이 시어서 하루도 살 수 없을 노릇이었다. 이런 염병… 위대한 영도자이신 위원장 동지의 비위를 맞추면서 자신의 몫을 챙기기란 이리도 힘든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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