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쿠알라룸푸르=권남근 기자] “현재 세계에서 돈이 넘쳐나는 곳은 중국과 중동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반면, 중동은 순수 투자 목적으로 돈을 쓰기 때문에 우리에겐 오일머니가 적합하다.”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이슬람금융(수쿠크)의 국내 도입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유 사장은 지난달 29일 이슬람금융의 중심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슬람금융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지만 아직 수요가 적어 조달에 따른 메리트가 크다”며 이슬람금융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유 사장은 “이슬람금융이 증권사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한편, 국가적인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장기로 조달할 수 있어 우리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쿠크는 채권이지만 이슬람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특정 사업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이득을 얻는다. 정부는 이자 소득에 면세 혜택을 주는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형평을 맞추는 차원에서 수쿠크의 세제 혜택을 추진했다. 정부는 2009년 수쿠크 발행 시 양도세, 부가가치세, 취득ㆍ등록세 등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를 골자로 한 조세감면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방을 벌이다 2011년 결국 무산됐다.

법 개정 논의 전부터 수쿠크 발행을 추진해온 유 사장은 “수쿠크 법안 무산 이후 우리나라가 이슬람금융 도입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지만 자금 조달 다양화를 위해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슬람 부호는 이슬람 내 갈등, 재스민혁명 등으로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하지만 영국 등 서구보다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두바이 쪽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중동으로 몰린 오일머니를 유치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쿠크는 최근 영국이 비이슬람 국가로는 최초로 내년 2억파운드(약 3400억원)의 수쿠크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이슬람금융은 연간 15%대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전역에서 발행된 수쿠크 규모는 810억달러(약 86조710억원)로, 전년 대비 82% 급증했다. 수쿠크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금융산업도 내년 1조3000억파운드(약 225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 이슬람금융이 기업과 국가의 자금 조달을 다양화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유 사장의 생각이다.

유 사장은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말레이시아에서 일반 채권을 발행한 바 있고, 1990년대에는 종합상사도 이슬람자금을 쓰는 등 이슬람금융을 전혀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수쿠크가 이슬람금융의 상징인 만큼 이를 도입하면 이슬람금융 이용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슬람금융 도입을 위해 말레이시아 샤리아율법학자를 자문역으로 영입한 데 이어 이슬람금융 전담 조직을 구축, 정부 입법 과정에서의 측면 지원은 물론 공기업 등 발행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중동 지역 및 말레이시아의 유수 금융기관과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유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현지 법인을 시찰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에서도 이슬람금융의 현황을 살펴보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아시아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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