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보은…“어린시절 친구 되어준 길고양이 돌봐요” [나우,어스]
그리스의 한 작은 섬에서 친구가 없던 소녀에게 위안이 되어준 것은 길고양이었다. 소녀는 자라서 수의사가 됐고, 섬으로 돌아와 길고양이 구조에 헌신하고 있다. [안나 카토기리티스 제공, CNN]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990년대 그리스 카르파토스(Karpathos)라는 외딴 섬에서 자란 안나 카토기리티스는 학교에서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가 없던 안나는 대신 섬에 사는 수천 마리의 길고양이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우정을 쌓았다. 외로운 소녀는 커서 수의사가 됐고, 다시 카르파토스로 돌아와 고양이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CNN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안나는 “당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나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더 따스하게 만들어줬다”며 “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로부터 친절을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안나는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미국과 아테네에서 보냈지만 어린시절의 카르파토스섬을 잊지 못했다. 섬에는 수의사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그녀는 길고양이 등 동물을 도울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는 크레타 대학교에서 분자 생물학 및 생명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 수의과 대학에서 자리를 제안받았다. 이후 제인 구달 연구소(JGI)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콩고 침풍가 침팬지 재활 센터를 방문하는 등 차차 수의사로서의 이력을 쌓아갔다.

2018년에 안나는 드디어 카르파토스에 자신과 뜻이 맞는 동료와 자원봉사자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초기 자금 조달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료장비와 약품을 구입하고 임무를 시작했다.

그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여 섬 안에 이동 진료소를 설치하고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실시했다. 첫 3주 동안 그들의 손을 거쳐간 고양이는 약 300~320마리에 이른다.

수의사의 보은…“어린시절 친구 되어준 길고양이 돌봐요” [나우,어스]
유기동물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어린이들을 초청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직접 참관하게 했다.[안나 카토기리티스 제공, CNN]

안나의 프로젝트는 단지 중성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지역 사회가 유기된 동물들을 함께 돌보도록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인식 전환에 가장 공을 들였다. 안나는 “어린이들이 우리가 일하는 곳에 와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볼 수 있도록 초대했다”며 “원한다면 수술도 직접 참관하게 했다”고 말했다.

안나와 그의 팀의 노력 덕택에 카르파토스의 길고양이 300마리가 3년여에 걸쳐 각 가정에 입양갈 수 있었다.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 서있던 개와 고양이가 인생을 즐기며 주인의 많은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