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인 예고글 일주일간 6건

IP추적에도 작성자 특정 어려워

협박죄도 공포심 대상 분명해야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 A씨가 지난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 A씨가 지난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안효정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 신림동 일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지난 1주일간 잇따랐지만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했을 때 글의 내용에 따라 어떠한 혐의를 적용할지도 일률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게시 글만으로 작성자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흉기 난동 사건 이후 1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살인예고 게시물은 총 6건이다. 같은달 2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은 3일 뒤인 27일 경찰에 구속됐다.

그 뒤 같은 달 30일 오후 12시40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월요일 신림역에서 남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경찰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디시인사이드 AKB48·만화·주식·국내야구 갤러리에 올라온 비슷한 협박 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신림역 사건을 계기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들의 경우에도 협박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위해를 가할 대상이 불특정 다수일 경우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 테러를 예고하거나 협박 내용을 담는 글들은 혐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도 어렵고,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협박죄 적용 방침…“위해 대상 불특정 다수면 적용 어려울 수도”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마련된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

경찰청 관계자는 “게시 글 내용에서 작성자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테러를 준비했는지까지 모두 봐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협박 혐의가 적용되긴 하지만, 피해자가 얼마나 특정됐는지 등 협박죄의 구성 요건에 맞지 않으면 이마저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도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특정돼야 한다”며 “공공의 다수를 상대로 살인 예고를 할 경우 불특정 다수이기에 관련 판례를 고려해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인을 협박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을 예고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작성자를 특정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고 했다. 작성자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을 진행해도 해외 VPN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월 디시인사이드에는 고양이를 산채로 불태우거나 햄스터의 다리를 묶어 공중에 매다는 등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을 게시한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수사를 중지한 바 있다. 폐쇄회로(CC)TV 등 현장 수사와 IP 추적 등 정보통신망 수사를 실시했음에도 피의자가 해외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한 탓에 특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불상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에선 실제 피의자가 누구인지 특정 하는 부분에 있어서 수사상 노고가 있다”며 “피의자가 사용한 IP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해외 IP를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작성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하는 것을 중범죄로 처벌해 추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살인 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글일 경우 오히려 구체적인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공공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처럼 공포심을 유발하는 테러 글이 온라인에 올리지 않도록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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