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았다” 소식에 자녀 문안 인사 해프닝...무려 1400억원 기부

순천시 서면 죽동마을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주의 생가. /박대성 기자.
순천시 서면 죽동마을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주의 생가. /박대성 기자.
이중근 회장의 고향마을인 순천시 서면 죽동마을. /박대성 기자.
이중근 회장의 고향마을인 순천시 서면 죽동마을.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28일 오전 전라남도 순천시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5km 가량 떨어진 서면 운평리 죽동마을.

순천 도심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심 근교에 부영그룹 이중근(83) 회장(창업주)의 고향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매실 수확과 장마철 고구마순 심기에 바쁜 시골 마을 사람들이 요즘 '현금 1억' 이야기로 화기애애하다.

건설업으로 부를 일군 이중근 회장이 최근 고향마을 사람 280여명 전원에 현금 최대 1억원씩(세금 포함)을 입금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액면가'가 찍힌 통장을 확인한 마을 사람들은 온통 이회장 얘기다.

운평리 주민 김추옥(71)씨는 "이중근 회장께서 10만원, 100만원도 아닌 가구당 1억원씩을 입금해 주셔서 다들 놀라고 있으며 이렇게 큰돈을 보내주신 이 회장에 큰 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촌에서 돈 나올 때가 없는데, 현금으로 주니 각 가정마다 그 돈을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이 회장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오래 거주한 주민 위주로 거주 연수에 따라 30년 이상된 가구를 대상으로 5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했는데 최소 2600만원에서 최대 9020만원(세금 별도)까지 단계별로 지급했다.

현금을 받은 인원은 운평리 6개 마을 주민 280여 세대로 거주년수를 채우지 못한 일부 주민은 애석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거액이 입금되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나오고 있다. 자녀들의 안부 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겸연쩍어하고 있다.

운평리 주민 이모(78.여)씨는 "9000만원 입금 소식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제 9시뉴스에 이 소식이 보도된 뒤로 '얼마가 입금됐더냐'고 묻는 자녀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웃었다. "부영 지원금"이 효자라고도 했다.

6.25 한국전쟁 이후에 고향을 떠나 사업가로 나선 이 회장이 생가가 있는 곳은 죽동마을 고향마을 터에는 이 회장의 조카가 살고 있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죽동마을 이 회장의 6촌동생이라는 이장근(76) 씨는 "형님(이중근)이 바빠서 고향에는 잘 못오시지만 타지역에서도 항시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강한 분"이라며 "서울에 계시지만 마을 행사 때면 늘 협찬하셨다"고 말했다.

부영 이 회장은 서면 운평리 6개 마을 주민 280여명에 250억여원을 비롯해 본인이 졸업한 동산초교와 순천중학교 졸업생들에 개인별로 1억원씩, 같은 기수로 순천고를 졸업한 8회 동창들에게도 각각 5000만원씩 전달하고, 친척들까지 1억~10억원까지 지원하는 등 통 큰 사업가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모든 재원은 이 회장 개인 사비다.

이 창업주는 고향 순천에 부영초교를 지어 기증하기도 했으며, 서면에 주소를 둔 면민까지 참치 선물세트와 공구, 본인의 저서(‘6·25 전쟁 1129일’ 등)를 배포하는 등 놓치지 않고 선행을 베풀었다.

향후 전국의 부영 임대아파트 주민 20만8509세대에도 참치 선물세트를 발송키로 하는 등 벌어 들인 돈을 사회에 대거 환원하고 있다.

부영 이중근 창업주. [부영그룹 제공]
부영 이중근 창업주. [부영그룹 제공]

이 회장은 기부에 앞서 고향 마을이 소속된 서면 운평리 마을 이장 6명을 서울로 초대해 "대대손손 마을을 지켜온 고향 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서는 곧 바로 이틀 뒤 현금을 입금했다고 한다.

이렇게 고향마을과 형편이 어려운 동창, 사업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 지인에까지 빠짐없이 기부한 돈이 1400억원이며, 향후 기부금액을 합하면 2400억원에 달하다는 것이 부영그룹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의 화끈한 기부 선행이 소문나자 부영그룹에는 "나도 좀 주라"며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현금을 지원 받은 운평리 마을 주민들은 이 회장에 대한 보은 방법을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

운평리 주민 장찬모(81)씨는 "이 회장이 고향을 떠난지 육십 몇년이 지났고 이렇게 꿈같은 현금을 주니까 너무 뜻밖이었고, 마을 사람들도 조그만 보은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 분이 돈이 궁한 사람도 아니고 해서 우리들이 오래 기억되도록 공적비라도 세울까 마을 사람들이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동산초교와 순천중학교(현 순천고) 출신인 이 회장은 서울로 올라가 주경야독으로 건국대 정외과(60학번)에 입학한 이후 고려대에서 행정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6.25 관련 책을 여러권 썼고 대한노인회장을 맡는 등 반공 애국지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1983년 삼신엔지니어링을 설립해 토목 및 건축공사업으로 시작해 90년대 대형건설사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임대아파트 사업을 블루오션 삼아 회사를 급속히 키워 현재는 자산 21조원대의 재계 서열 22위의 대기업을 일궜다.

부영그룹 서울본사 관계자는 "살아오면서 고향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에 고마움의 표시로 남 몰래 기부했는데 의도치 않게 이렇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며 "창업주의 사적인 일로 회사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parkds@heraldcorp.com